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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수남을 고발하다
작성자 황진아 등록일 2018-01-16 조회수 58

[한겨레21] 10대 성매수남 고발 영상으로 호응 얻은 <닷페이스>와 십대여성인권센터… 

피해여성 범죄자 취급 아청법 개정 진력

 

‘2017년, 세 개의 싸움이 있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지난 한 해를 회상한다면, 너무 가혹한 축약일까. 

<한겨레21>은 2017년을 떠나보내고, 2018년을 맞으며 세상과 힘겹게 ‘싸우는 여자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세밀화 세 편을 준비했다.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게 이것은 다소 지루한 싸움으로 보일지 모른다. 1980년대에 가정 내 ‘아내 폭력’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드러낸 여성운동은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을 제정함으로써 가정폭력이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일’이 아님을 인정받았다. 이후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계기로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2002년 1월 전북 군산 개복동 성매매집결지에서 일어난 처참한 화재 참사 이후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로 이어지는 20여 년의 입법 투쟁 뒤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말처럼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법이 아니라’ 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힘’”(<한국여성인권운동사2: 성폭력을 다시 쓴다>,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정희진 엮음)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싸움은 2017년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특성과 결합해 폭발했다. 미국 영화계 인사들은 10년 전 자신이 겪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성추행·성폭력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했다. 이들은 SNS 등을 통해 ‘나도 그랬어’라는 ‘미투 운동’을 전개했다. 한국에서도 성추행·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폭로하는 ‘해시태그 성폭력 고발’이 이어졌다. 미국 언론 <타임>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촉발한 여성 당사자들을 선정했다. 

한국에서 진행된 성폭력 고발은 미국과 같은 ‘해피엔딩’을 가져오지 않았다. 힘겹게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은 여성들은 대부분 무고·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당하며 가혹한 법정 싸움을 감수하고 있다. 물론 긴 고민 끝에 고발을 선택하고, 담대하게 싸워, 법정에서 가해자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이들도 있다. 여성 문인 138명, 후원자 2321명이 동참한 <참고문헌 없음> 프로젝트의 출발점 ‘고발자5’가 그들이다. 

<한겨레21>은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고발자5’ 당사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고통에서 벗어나 ‘피해자 낙인’ ‘피해자의 전형성’을 거부하며 더욱 건강해지고 있었다. 아니, 더욱 건강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한겨레21>이 조명한 두 번째 여성들은 디지털성범죄와 싸우는 ‘사자단’이다. 20대 여성(2017년 현재)들로 꾸려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낮엔 아르바이트로 월 50만원을 벌고, 오후와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엔 ‘사이버성폭력’이 뭔지 알리고, 사이버성폭력의 입법·정책적 대안을 정부기관에 제안하고, 제도화를 노력하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사성을 비롯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해 9월26일 국무조정실과 14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들의 싸움은 2018년에도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영상콘텐츠+서명운동+펀딩의 삼위일체 패키지 캠페인 ‘Here I am’(내가 여기 있어요) 을 추진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 장은선 <닷페이스> PD를 만났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매수하려는 성매수남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조명하는 방식이다. 2018년에도 ‘싸우는 여자들’의 활동은 계속된다.





2017년 12월20일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닷페이스>(www.facebook.com/facespeakawake)에 올라온 영상 ‘즐거운 채팅’은 수많은 사람들을 전혀 즐겁지 않은 충격으로 내몰았다. 게시 일주일여 만인 12월28일 현재 무려 130여만 번 조회된 이 영상엔 댓글만 3만여 개가 달렸다. 폭발적인 반응이다.

“바지 다 젖어 있어.” 영상 속에서 <닷페이스> 장은선 PD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4살 중학생을 유인한 채팅 앱 대화명 ‘사랑해’(45)를 인터뷰하고 나온 뒤 절망적으로 말한다. 만나기 직전 사정을 한 흔적이 역력한 중년 남성의 푹 젖은 바지를 본 장 PD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온다. “45살, 아 눈물 날 것 같아. 딸이 있대.” 20살 딸이 있다는 그는 14살 중학생을 성매수하려 한 이유로 “짜릿하니까”라고 답한다. 

“정작 성매수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영상 게시 후 <닷페이스>에서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를 위한 법률’(아청법) 개정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채팅 앱으로 성매수 남성들에게 유인된 10대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아청법 독소조항 ‘제2조 7항’을 삭제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에서 10대 성매매 피해 여성을 후원하는 펀딩도 시작했다.

영상 고발부터 서명 운동, 크라우드펀딩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Here I am’(내가 여기 있어요) 프로젝트는 2017년 꼭 기억해야 하는 여성들의 협업, 젠더 컬래버레이션의 성공 사례다. 2013년부터 성매수 범죄 피해 10대 여성을 위한 상담·지원·보호를 전담해온 십대여성인권센터와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을 한 뒤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닷페이스>가 그 주역이다. 12월27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뻔뻔한 성착취 남성들에게 시원하게 반격을 날린 여자 넷을 만났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48), 권주리 사무국장(37),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27)와 장은선 PD(28)다. 

즐거운 채팅 영상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장은선 ‘사랑해’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왔어요. 제가 말한 장소가 중학교였는데, 성매수를 하러 중학생을 태우러 온 거예요. 차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려는데, 바지가 젖어 있는 게 보였어요. 변태 성욕이 있는 사람 같고, 무섭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어요. 이 사람이 내 질문에 대답은 하는데 답이 되지 않았어요. 10대 여성한테는 네가 왜 피해자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정작 성매수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자신의 잘못에 대해 한 번도 질문 받은 적 없으니 이렇게 뻔뻔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다른 성매수자인 ‘미스터’는 소담씨가 “미성년자인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하고 지적하니까, 저를 가리키며 “여기 이 기자님처럼 다정하게 대해달라”고도 했죠. 

조진경 10대 성착취 문제에 가해자는 안 보여요. 항상 피해자에게 앵글을 맞춰서, 피해자가 왜 피해자인지 설명하려고 해요. 얘가 얼마나 불쌍하게 자랐는지, 신파도 이런 신파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노출된 피해자 영상을 보면서 자해를 해요. 자아가 약한 아이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라는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애초에 <닷페이스>에도 피해자 말고 가해자가 드러나는 쪽으로 고민하라고 요청했어요. 

“피해 청소년은 연애한다고 생각”

장 PD를 비롯한 <닷페이스> 취재진은 영상 속에서 ‘사랑해’를 포함해 ‘미스터’(42), ‘매너군인ㅎ’(27), ‘호랑’(26) 등 모두 4명의 10대 여성 성매수자들을 만났다. 채팅 앱에 연령을 10대로 설정해 가입하자 ‘성매수 톡’이 우르르 쏟아졌고, 4명은 실제 성매수 의사를 갖고 현장에 나타났다. ①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와 ②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유인’한 자를 모두 처벌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3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성범죄자다.

그런데 이들에게선 죄의식을 찾긴 어렵다. ‘미스터’가 대표적이다. “오늘 성관계를 한다고 하면 직업적이지 않은 분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남자들은 내가 어제 안마시술소에 갔다는 걸 조금도 죄책감 없이 이야기한다”며 자기 면책에 열중하던 그는 <닷페이스> 취재진에게 되레 따진다. “지금 저한테 도덕적으로 질책하시는 건 아니죠?” 

<닷페이스>의 영상 콘텐츠는 일종의 ‘반격’을 담고 있다. 경찰이 성구매자로 위장해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하는 ‘함정수사’를 성매수자에게 역으로 적용한 것이다. 성매수 범죄 피해 10대 여성 103명에게 한 조사에서 13.2%는 성매매 관련 조사를 받은 이유로 ‘성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게 걸려서’라고 답했다.(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 실태조사’, 2016년 11월) 

성매수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인데도 검거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는 ‘아청법’에 숨은 교묘한 이분법 때문에 생긴다. 아청법은 강요나 납치로 ‘비자발적’으로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피해 아동·청소년)과 ‘자발적으로’ 성범죄에 나선 아동·청소년(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최근 성범죄와 성착취의 온상인 채팅 앱으로 성매수 범죄 피해를 당하면, 자발적인 성매매로 간주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국선변호인 선임을 비롯한 각종 구제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된 ‘피해’ 아동·청소년과 달리, ‘대상’ 아동·청소년은 법적인 피해 구제 절차 대신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 소년법은 형사처벌만 면제할 뿐, 적용 대상 미성년자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현행법상 성매수 범죄 피해 10대 여성의 법적 지위는 성매수 범죄 남성과 똑같은 ‘성범죄자’인 것이다.

실제 성매수 남성들을 만나보니 통념과 다른 게 있었나.

장은선 너무 빨리 도망가서 영상에 안 나오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8시에 “꼬맹이 일어났어?”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보고 싶어서 눈이 번쩍 뜨였다. 눈만 뜨였냐, 거기도 뜨였다”고. 소개팅도 아니고, 연인 사이도 아닌데, 대부분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해요. 만날 약속을 정하기까지. 되게 젠틀하게 끝까지 존댓말 쓰는 사람도 있었어요.

조진경 어린애들을 그렇게 유인, 말하자면 꼬시는 거죠. 그래서 성매수 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은 연애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성매매에 유인된다, 성착취를 당한다는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친절하고, 밥도 사주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나이니까 설레기도 하죠. 

캐나다, 성착취 행위 남성만 처벌 

10대 여성을 성매수 상대로 유인할 때 남성들이 보이는 선량함은 사악한 가면이다. 성매수 범죄 피해 10대 여성을 조사한 결과, 금품을 갈취당했다(100%), 강간을 했다(86.7%), 욕설이나 폭행·협박을 했다(84.2%), 스토킹을 했다(77.8%), 변태 성행위를 시켰다(75.9%),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75.0%)고 응답하는 등 성매수 남성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2015년 3월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성매수 남성이 성매매로 유인한 14살 여성 청소년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영국은 2003년 일명 ‘그루밍(성인이 미성년자를 성적인 목적으로 유인하는 일체의 행위)법’을 제정해 성인이 채팅으로 만 16살 이하 아동·청소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거나, 실제 만나지 않고 유인·제안만 해도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는 아동·청소년에 대해 성매매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아동 성착취’(Child Sexual Exploitation)라는 표현을 쓴다. 캐나다 형법은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이 자발적으로 동의를 했더라도, 진정한 동의로 인정하지 않으며 성착취 행위를 한 성매수 남성만 처벌한다.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닷페이스>는 어떻게 만났나.

조진경 아산나눔재단에서 청소년 관련 비영리기관을 지원하는 ‘파트너십온’ 프로그램에 선정돼서 임대료, 운영비, 인건비 등을 2018년까지 지원받는데, 이후로는 대책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단체 인지도가 너무 낮으니까요. 당장 문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아산나눔재단에서 <닷페이스>를 소개받았어요. 원래는 단체 홍보나 광고를 해주는 단체인 줄 알고 조 대표를 만났죠. 

조소담 <닷페이스>는 사회적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는 콘텐츠를 기관이랑 같이 기획하고 비용을 받는 식으로 일해요. 그동안 여성의전화, 세이브더칠드런, 국경없는의사회 등과 비슷한 일을 했죠. 그리고 이번 건은 이전과 달리 아산나눔재단의 비용 지원이 마중물이 되었는데요, 일종의 임팩트투자(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이익까지 도모하는 방식의 투자)였다고 생각해요. 사회 변화를 위한 투자죠. 이런 종류의 투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청법 개정이라는 이슈를 ‘내 문제’로 끌어안은 여자들에게 계약 관계나 갑을 관계는 무의미했고, 세대 차이나 경험의 차이도 벽이 되지 못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보호와 지원 체계를 만드는 데 족적을 남긴 여성계의 내로라하는 유명인사인 조진경 대표와 지난 4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에 선정되는 등 사회 혁신과 미디어 분야의 신예 조소담 대표는 이날 조직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서로를 궁금해하고 탐구했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 상담소 지정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닷페이스>를 만난 일에 대해 조진경 대표는 “우리는 운명으로 엮였다”며 웃었다. 운명 같은 만남 이후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와 서울시가 50 대 50으로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전담 성매매 피해 상담소로 지정받았다. 

조진경 대표는 새해 받을 복을 이미 다 받은 사람처럼 기쁘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아청법은 5월을 데드라인으로 잡고 있어요. 저희가 <닷페이스>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예기치 않게 순풍이 불고 있어서 6월 지방선거 전에 반드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기사입력 2018-01-03 08:17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6&aid=000003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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