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변혜선/사회과학부
★ 후배에게 들려주는 교생실습 후기★ 사회과학부 변혜선
교생 실습을 가기 일주일 전까지도 나는 사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내가 실습을 나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도 않았고, 매일 아주대학교로 공부하러 오는 대신 안양여자 상업고등학교라는 곳으로 좀 색다른 것을 배우러 가는 것 뿐 이라고 스스로 간단하게 정리해버렸기 때문이다. 교생실습을 나가서 입을 옷이나 기타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도 기대된다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고, 너무나 태연하고 담담해서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정도였다. 그런데 실습을 가기 전날 밤 다음날 입을 옷과 신발, 가방을 준비하는 순간 갑자기 떨리고 두렵고 불안해서 잠을 깊게 자지 못하였다.
출근 첫 날 학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무회의에 참석한 일이었다. 교무회의는 맨날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보았는데, 실제로 참석해서 각 부장선생님들의 전달사항을 듣고 정리하다보니 진짜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무회의가 끝나고 담당선생님인 한은종 선생님을 만났다. 나를 보는 표정이 좋지 않으셔서 뭔가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으신가 하였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나를 이 학교에 올 수 있게 해주신 교수님과 나눈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 나를 굉장히 버릇없는 학생으로 생각하고 계셨다. 결국엔 오해를 풀었지만 첫 날부터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닥쳐서 안그래도 긴장된 마음이 더욱 긴장되었다. 첫 주에는 상담 선생님께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는데 담당선생님이 급작스럽게 집안에 상을 당하셔서 일주일간 담당선생님과 만나지 못하였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담임반 아이들과 친해지는 데에 노력을 쏟았다. 여자아이들만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약간 나를 경계하는 듯 해서 나도 좀 어색했는데, 먼저 편하게 말 걸어주고 장난도 거니 아이들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서 가서 말도 하고 아침 저녁으로 담임선생님보다 조금 더 일찍 반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사소한 대화라도 나누려고 노력하다보니 아이들과 사이가 좋아질 수 있었다.
이렇게 첫 주가 지나고 두 번째 주부터는 담당선생님의 지도 아래 본격적으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아직 상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상담해본 경험도 적어서 아이들을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많이 걱정하였는데, 여러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진심은 통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뛰어난 기술과 화려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만나는 그 시간 만큼은 그 아이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되려하였고, 아이들이 털어놓는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집중하려고 노력하였다. 아이들이 그러한 내 노력과 정성을 알아주었는지 상담을 하는 내내 서로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가 상업고등학교이다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인 인문계 아이들보다는 과거가 화려한 아이들도 많고, 여러 가지 힘든 문제들을 가진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동안 행복한 사람이었는가를 깨달았고,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끄럽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새롭게 살아보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이렇게 아이들을 상담실에서 만난 것이 교생 실습을 하면서 가장 힘들면서도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교생실습을 하면서 열심히 지도안도 짜고 수업도 준비하고 수업도 직접해보고 수업참관도 하고 참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하였지만,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니 만큼 실습을 마치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나에게 선물한 소중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학교현장이 어떤지 선생님들은 어떤 일을 하는 지 배운 것도 참 유익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것 보다 나에게 더 와 닿았던 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그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너무나 내가 행복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들께 혼나기도 하고, 실수해서 당황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사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만나면서 다잡을 수 있었다. 부족한 나에게도 기대고 의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교생실습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그만큼 힘들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굉장하다. 하지만 교생실습을 마친 후에 돌이켜보면 힘든 것보다 내가 그 기간에 얻은 것이 더욱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