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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아브라카다브라 넘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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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8
  • 4651

[박형주, 총장]


`내 뜻대로 이루어지리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말은 로마에서 말라리아를 격퇴하기 위해 주문처럼 사용됐다.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무력함의 표현인데, 말라리아의 어원이 `나쁜 공기`인 걸 보면 호흡으로 감염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19세기 아프리카에서는 모기에 물리면 열병에 걸린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유럽 의사들은 이걸 미신으로 치부했다. 이게 사실임을 입증한 사람은 영국의 열대병 학자인 로널드 로스다. 그는 이 공로로 1902년 2회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 1년을 보낸 우리나라 국민에겐 이제 `감염재생산지수` 같은 난해한 표현도 생소하지 않다. 줄여서 R0라고 부르는 이 숫자는 감염 사례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퍼질지를 표현한다. 최근 우리나라 코로나19의 R0가 1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는 발표도 있었다. 팬데믹 독감의 R0는 보통 1~2인데, 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 바이러스는 2~3이고 천연두는 4~6이니 더 쉽게 퍼진다는 뜻이다. 홍역은 놀라울 정도로 높은 20이어서, 무조건 피해야 한다. R0는 감염병뿐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을 수학적 방식으로 모델링하면, 전혀 달라 보이는 현상들이 사실은 본질적으론 동일하니까. 런던대의 수학자이자 감염학자인 애덤 쿠차르스키의 최근 책은 감염에 수리 모델링을 적용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준다. 전염병과 가짜뉴스, 바이럴 마케팅, 트윗 등이 모두 수학적으로는 동일한 현상이며, 동일한 원리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글로벌 금융위기도 긴밀히 연결된 금융 네트워크에 나타난 감염 확산으로 해석한다. 금융 자산의 상승과 몰락은 전염병의 전형적인 성쇠와 완전히 똑같다. 


(하략)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1/52726/?sc=3050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