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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1학년도_입상_[중세국어강독]_이상신 교수

  • 최승규
  • 2022-04-03
  • 1378
제목: 비대면 수업이 대면과 달아, 지만
 ‘비대면 수업이 대면과 달아’,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과 달라 어려움이 있음에는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학생들을 향한 애정은 한결같다. 비대면 동영상 강의 100%이면서도 대면 수업만큼, 어떤 면에서는 대면 수업보다 상호작용한 수업 <중세국어강독>이 있다. 
 20년도 1학기, 전격 비대면 수업 전환에 중도 휴학을 결정했다. 개강한지 딱 일주일이 되는 날, 휴학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수업은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코로나가 금방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지라 과감하게 휴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코로나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정확히 1년 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됨에도 ‘어쩔 수 없이’ 복학을 신청했다. 
 처음 듣는 온라인 강의인지라 새 학기의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zoom 사용법이 미숙했고, 불안정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수업 내용을 놓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비대면 환경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학기에 대면 수업만큼, 한편으로는 대면 수업보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과목 <중세국어강독>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중세국어강독> 과목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등의 구절이 담긴 훈민정음언해, 한국어 불교 경전 월인석보 등의 중세시대 국어자료를 해석하는 과목으로, 낯선 중세국어를 다루고 많은 양의 판서가 동반되기 때문에 수업을 놓치면 뒷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 동영상 100% 수업 방식은 이러한 과목의 특성에 아주 적합했다. 녹화된 동영상으로 진행된 수업은 영상을 멈춰 필기를 정리하고,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네트워크 연결 환경을 신경 써야 하는 실시간 비대면 강의, 더 나아가 필기를 따라잡기에 급급한 대면 수업보다도 오히려 더 적절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또한 수업은 강의실 녹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실과 칠판, 그리고 판서를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수업 영상에 담기는 이러한 방식은 PPT 화면 녹화 방식에 비해 학교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그만큼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나 다산관 칠판에 적히는 판서와 교실에 계시는 교수님의 지나가는 농담 하나 하나가 오프라인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어 비대면 시국의 아쉬움을 달래고, 집중해 들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수업 운영 방식에 대해 말했다면, 지금부터는 왜 ‘중세국어강독’이 명강의인지 본격적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 중세국어강독은 중세국어 문헌자료 강독을 통해 국어의 통시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문제는 중세국어는 우리에게 ‘낯설다’는 것이다. 
 이상신 교수님께서는 이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꿔주시기 위해 현대국어에 남아있는 중세국어의 ‘흔적’을 활용하셨다. 물고기의 이름을 떠올려 보자. 잉어, 숭어, 송어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물고기 이름들은 앞 받침에 ‘ㅇ’이 오고 그 다음에 ‘어’가 뒤따라온다. 그 이유는 바로 중세국어의 ‘ㅇ’의 역할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중세국어의 ㆁ은 [ŋ](응)으로 발음되었고, 현대와 달리 초성에 위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ㆁ가 소실됨에 따라 현대에는 ‘ㅇ’이 앞 음절의 종성에 위치하게 되어 ‘이ᅌᅥ’[이$응어]가 ‘잉어’[잉$어]가 되고. ‘수ᅌᅥ’[수$응어]가 ‘숭어’[숭$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헉, 너무 재밌다!’ 교수님께서 첫 강의에서 들려주신 이 이야기를 들은 후로, 중세국어는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뒤집혔고 우리가 쓰는 언어와 동떨어져 보이는 중세국어도 결국은 우리말이었다는 것을 상기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중세국어를 더 잘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이 제시해주셨던 흥미롭고도 적절한 예시들은 중세국어가 어렵기만 하다는 생각을 바꾸고 학문적 호기심이 꿈틀거리도록 만들어 주었다. 
 다음으로 교수님께서는 ‘반복’해 설명해주셨다. 낯선 것이 반복되어 익숙해지도록, 같은 문법을 다른 용례가 나올 때마다 거듭해 알려주셨고, 이에 분명 처음 배우는, 다소 낯설고 어려운 내용들을 마주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내용이었으나 반복해 학습함으로써 저번에 배웠던 것임을 상기하고, 반가운 감정까지 느끼며 해당 부분 수업을 더 열심히 듣고 수업 외 시간에 흥미를 가지고 학습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가장 감동했던 것은 이상신 교수님의 ‘소통’이다. 교수님께서는 질문을 메일로 받으시고 바로 응답해 주시며 소통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주셨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교수님께서 ‘평가 방식에 대한 의견을 받으시겠다는 공지’를 직접 올려주셨던 것이다. 해당 공지는 기말 평가 방식이 원래는 비대면 구술시험으로 진행되려 했으나 시험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적합한 평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시험에 혹시나 부정행위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했던 터라 학생들을 생각해주시는 이런 공지에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시험 자체가 목적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잘 익혀 둘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네요.’라는 교수님의 공지를 확인한 이후로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잘 점검할 수 있는 좋은 평가 방법을 열심히 고민했을 뿐 아니라, 학생으로서 해당 내용을 잘 익혀두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한 학기 수업 내내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내용을 정리하고, 내용을 아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셨다. 항상 75분을 가득 채우는 수업에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 주시려는 교수님의 열정과 학생들을 향한 교수님의 애정이 담겨 있었다. 
 비대면 수업이 대면 수업과 달라 겪는 차이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학생들을 생각하시고 학생들과 소통하려 하시는 교수님의 마음은 언제나 같기에 모니터 너머에서도 그 따스함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교수님과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학교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더불어 매주 ‘듣고 싶은 수업’을 준비해주신 이상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