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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9학년도_입상_[방언과 사회(캡스톤 디자인)]_이상신 교수

  • 박지원
  • 2020-02-24
  • 3703
한 학기의 수고,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강의 (국어국문학과 최지인)

명강의란 무엇일까. 쉬운 내용의 강의, 학습 부담량이 적은 강의, 팀 프로젝트가 없는 강의, 출결이 중요하지 않은 강의, 노력 대비 학점이 잘 나오는 강의. 이렇듯 개인마다 어떠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생각할 때 흔히 ‘꿀강의’라고 명명하곤 한다. 그러나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방언과 사회>는 위의 어느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강의였다. 즉, ‘꿀강의’가 결단코 아니었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본 강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높은 수준의 내용과 결코 적지 않은 학습 부담량, 팀 프로젝트와 현장답사, 출결 반영 등의 집합체였던 쉽지 않은 강의였다. 그러나 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성취감과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강의이기에, 국어국문학과 전공 강의인 <방언과 사회: 캡스톤 디자인>을 19-2학기 명강의로 손꼽는다. 
처음 수강신청을 진행할 때, <방언과 사회> 강의명 옆의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어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3-2. 지금까지는 국어국문학과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캡스톤 디자인‘을 전공강의에서 접하게 되니, 그에 대한 호기심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강의명에서 강력한 무언가에 이끌려 홀리듯 강의계획서를 열람하고, 어느새 수강신청 버튼을 클릭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첫 OT, 존경하는 국어학의 아버지 이상신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선생님 강의는 이전에 수강했던 경험이 있었고, 나와 나름 잘 맞는 수업방식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강의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OT를 들으며 ’캡스톤 디자인‘이라는 것이 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두 번의 시험, 방언 현지 답사, 퀴즈, 발표, 보고서 등 한 학기에 해내야 하는 일은 너무나도 많았다. 이 많은 것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지, 수강정정 기간 내내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졸업 전까지 개설되지 않을 강의가 될 수도 있기에, 귀중한 경험을 놓치기는 싫다는 생각에 내 자신을 믿어보기로 결심하였다.
본 강의는 국어사 연구에 도움이 됨과 동시에 한국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해주는 ‘방언’에 대해 이론적인 측면을 심도 있게 다루고, 실제 방언 사용지역으로 한 차례 답사를 다녀오며, 학기말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개인별 전국 방언지도를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이다. 강의 초입에는 ‘방언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지역방언, 사회방언 등의 개념과 방언이 언어의 추상체인지, 집합체인지 등 방언학 전반의 내용을 공부하였다. 이후에는 방언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IPA기호를 배웠고, 이는 본 강의의 효율적인 한 학기를 위해 학생들이 꼭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따라서 교수님께서는 쪽지시험이라는 방법을 채택하여 학생들의 암기와 숙련을 이끌어주셨다. 그 효과는 극적이었다. IPA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도 시험을 본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대부분 완벽하게 암기해낼 수 있었다. 이후에 이루어진 이론수업은 조별 방언조사와 개별 방언지도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필요한 내용인 병존, 대체, 융합 등 언어접촉 현상 및 음운, 문법, 어휘적 변화와 특이점 등 국어사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한 번에 완벽한 이해가 쉬운 내용은 아니었기에, 교수님께서는 설명 도중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이해도를 파악하셨으며, 이론 수업 사이에는 한 학기 동안 쓰일 중요한 부분들을 퀴즈를 통해 암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다.
중간고사 직후에, 방언조사를 위한 조를 꾸리고 각 조마다 방언조사지와 제보자를 선정하여 실제 그 지역으로 답사를 떠났다. 각 조들은 김제, 보은 등의 방언 사용 지역을 방문하였고, 우리조는 충청북도 청주시 가덕면에 방문하였다. 신입생 친구들은 교수님의 배려로 따로 답사지를 방문하지 않고, 수원 지역의 구술자료집을 비교, 정리하도록 해주셨다. 조원들과 함께 계획서를 작성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방언조사 전반에 대한 대강의 틀을 잡았다. 교수님께서는 실제 실습주간 이전에, 학생들이 처음 조사를 떠나는 점을 고려하여 방언조사 롤플레이를 준비하게 하셨고, 피드백을 통해 실제 조사에서 수정, 보완해야 할 점을 도와주셨으며, 이 점이 실제 조사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충청북도 청주시의 방언은 사실 표준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조사에 실수가 있는 줄로 알고 당황하였다. 이러한 점들은 70년대의 방언형이 수록되어 있는 『한국언어자료집』과의 비교를 통해 결코 우리 조의 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이전부터 해당 지역의 언어가 표준어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조사 직후, PT 발표를 통해 최종 보고서 작성 이전에 필요한 피드백을 주셨고, 이를 반영하여 최종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 조원들이 함께 며칠 밤을 새어 쓴 보고서에 대한 결실이 ’캡스톤 성과 전시회‘로 이어질 수 있었다.
중간고사와 방언조사 이후에는 발표를 중심으로 강의가 이루어졌으므로, 이론적으로 새롭게 배우는 내용이 극히 감소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제까지 배웠던 모든 내용을 총체적으로 다루어 ‘개인별 방언지도’를 그리는 일이었다. 나는 ‘열쇠’ 항목에 대한 방언지도를 그렸는데, 이 또한 『한국언어자료집』을 참조하여 각 도별 방언형을 수집하여, 한반도 지도에 기호로 표기한 후, 지도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열쇠’ 말고는 생각해볼 수도 없던 ‘ᄋᆢᆯ쒜, 쇠때, 열때’ 등의 다양한 방언형이 있었고, 방언이 한국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해줌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이때도 역시 교수님께서는 최종보고서 제출 이전에 발표와 피드백을 통해 완벽한 과제물을 제출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으며, 여러 차례 교수님을 찾아뵈어 면담과 수정을 거쳤다. 여러 학생들이 면담을 위해 연구실에 방문하였지만, 교수님께서는 귀찮은 내색이 전혀 없이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될 만한 참고자료를 추천해주시며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성적공고기간이 되었다. 스스로 후회 없을 만큼 노력했던 한 학기였기에, 성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받을 수 있었다. 솔직한 감정으로 한 학기 동안 많은 과제 수행과 이론 공부, 시험, 그리고 발표와 보고서 작성은 힘이 들었다. 그러나 본 강의는 국문학도로서 한 학기의 고생, 그 이상의 지식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강의였다. 국어국문학과의 큰 두 갈래인 ‘국문학’과 ‘국어학’ 중, 여러 국어학 과목들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한국어의 역사 구획에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방언학’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하며, 그 가치와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이후 수강할 학우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국어음운론’과 ‘국어사’가 본 강의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IPA기호가 음성학과 가장 많은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음운론에서도 해당 부분을 일정 수준 다루기 때문에 그를 처음 접하는 다른 학우들에 비해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또한 방언이라는 것 자체가 한국어의 통시적인 언어현상과 많은 관련이 있기에, ‘국어사’와 동시수강 한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시험을 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국어사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답안과 보고서를 작성한 경우가 많았다. 
캡스톤이라는 과목 자체가 현장 실습이 주가 되기에 힘든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학우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듦과 동시에 평생 가지고 갈 지식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노력이 있었던 만큼, 성과 전시회라는 귀중한 기회와 더불어 좋은 학점으로 보답 받을 수 있었던 성취감이 가득한 한 학기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지난 학기 수강 강의 중 ‘방언과 사회’를, 기회가 된다면 다시 듣고 싶을 만큼의 단연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는다. 우리 국어국문학과 학우들이 꼭 본 강의를 수강하여 잊지 못할 추억, 지식, 그리고 한 학기의 노력과 고생, 그 이상에 상응하는 성취감을 맛보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