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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9학년도_입상_[한국의 현대문학]_조명숙 교수

  • 박지원
  • 2020-02-24
  • 3888
문학을 이야기 할 용기를 얻다. (미디어학과 박성아)

 글은 글을 아는 사람이 읽고 그 의미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그저 문자에 불과하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문학은 비로소 예술이 된다. 수능을 위해 읽었던 수많은 문학 작품은 나에게 예술이었을까 그저 문자였을까? ‘메마른 나의 마음을 문학으로 촉촉이 적셔보겠다’는 반은 장난스런 마음으로 듣게 된 수업에서 처음으로 문학을 예술로서 바라볼 수 있었다.   
<문제에서 벗어난 문학>
 중간고사 이전 수업에서는 시의 구성요소, 표현 방법 등을 배우며 고등학교 때 배웠던 지식들을 다시 한 번 환기 시키는 시간을 가진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시를 읽으며 자신의 감상을 발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나눈다. 토론 참여 여부는 수업 참여도 점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하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토론식 수업에서 좋은 점은 작품의 해석을 학생 본인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수능 문학을 하며 정답이 없는 문학에서 정답을 찾는 훈련을 했고 그렇기에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첫 시간에는 짧은 감상을 쓰는 데에도 교수님을 부르면서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또한 교수님에게 어떠한 해석을 써야하는지, 내가 한 감상이 맞는 지 여쭤 보았지만 교수님은 어떠한 정답도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이러한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된 발표에서는 정말 제각각의 감상이 나왔다. 어떤 이의 감상은 웃음을 자아냈고 어떤 이의 감상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도 하였다. 참고서를 읽는 것 같은 교과서적인 답변도 나왔고 나와는 정반대의 해석에 놀라기도 했다. 
 떠올려보면 이 수업의 첫 번째 과제는 감상문도 아니고 문학 작품 분석도 아닌 나의 ’Self image‘ 에세이를 쓰기였다. 아무런 형식 없이 내용의 충실성만을 보는 과제에서 나를 a4 한 장으로 표현하기가 막막하였다. 왜 이런 과제를 내주시는 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그 때는 그 과제의 의미를 몰랐지만 수업이 점차 진행 되고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들으며 문학은 한 갈래로 정의 되는 ’문제‘가 아닌 다양한 색채를 담은 예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 까 싶다.
<소리 내어 문학을 읽기> 
 시를 다룬 강의가 끝난 후에는 소설이론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고 이와 함께 팀 발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4인 1조로 이루어진 팀은 작품을 분석하고 팀을 이끌어 가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교수님께서 학년, 성별, 학과 등을 고려하여 구성해주셨다. 팀 발표는 각 팀이 수업에서 다루는 작품을 제외한 단편 소설 한 편을 선정한 후 해당 소설의 분석 내용과 이를 재해석 한 시놉시스와 함께 발표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거의 한 달에 걸쳐 팀 발표만 진행되었지만 예상외로 모두가 참여하는 능동적인 수업이 되었다. 발표를 안 하는 팀은 교수님께서 수업 전에 올려주신 각 팀의 작품을 읽어 와야 했고 발표시간에는 발표 평가지와 더불어 소설의 감상문을 작성해야 했다. 때문에 착실히 소설을 읽어왔다면 그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이 충분히 제공되어 많은 학생이 발표에 대한 생각을 내놓고 작품을 비평하였는데, 다양하고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발표자의 해석과 비평을 중심으로 한 토론은 자신과는 다른 의외의 의견에 의문을 던지기도 하고 공감의 표시를 하며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나와 다른 새로운 의견이 나오면 책을 다시 열어 읽어보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의미 있는 해석을 한 학우의 말을 듣고 감탄도 했기 때문에 질의 응답시간이야말로 수업의 목표인 ’비평적 관점과 방법을 기르고 문학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폭을 넓힘’과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수업 초반부에 문학 작품을 읽고 자신의 관점을 여러 사람과 나누는 연습을 했다면, 팀 발표에서는 그 경험을 거름삼아 적극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교수님은 좋은 팀 발표를 위해 소설 선정부터 시작하여 학생들이 원할 때마다 분석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셨다. 또한 팀 발표 일정은 발표 자료의 수정본을 제출 할 수 있는 마감일까지 지정됨으로써 점점 더 좋은 발표가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었다. 당연히 발표를 빨리하는 조들은 상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이를 고려하여 점수를 주셨다. 정답과 오답이 따로 없는 문학이기에 공평한 평가를 위해 더욱 더 노력을 해주셨다. 수강생들은 이를 알기 때문에 마음 놓고 열심히 발표를 준비할 수 있었다.   
<다른 세계로의 창구, 문학>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시와 소설 감상문으로 대체 되었다. 짧은 문학 작품을 읽고 A4용지 3-4장을 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마 평가하는 교수님께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교수님은 원하는 작품 혹은 올려놓은 예시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이라는 넓은 선택지를 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끌리는 작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수능에 맞추어 공부할 때는 모호하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시를 쪼개서 정해진 공식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글을 쓰기 위해 시 그 자체를 바라보니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읽히는 점이 시의 매력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읽으면 작품 속의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생긴다. 관점이 생긴 후에는 책은 단순한 텍스트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우리는 ‘분석’, ‘메세지’ 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휩싸인다. 나도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문학을 이야기할 권리를 되 찾아야한다. 참고서나 인터넷 강의에 있는 공식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 하나, 대사 하나, 시어 하나를 나의 관점대로 주의 깊게 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문학은 많은 사람에게 읽힐수록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자신의 해석이 다를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유행을 타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로운  재밌는 친구를 사귀길 원한다면 ‘한국의 현대문학’ 수업을 추천한다. 한 시간만 제대로 들으면 문학을 교과명이 아닌 예술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후부터는 문학을 나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기르면 된다. 그리고 정철의 ‘관동별곡’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 한 줄 단위로 빽빽하게 쓰인 분석이 아닌 작은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