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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

2017학년도_우수_[심리학과]_정홍섭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9152
 제목: 고개를 숙인 벼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 당장 해외 뉴스를 보는 관점역시 그러하다. 지구촌 시대에서 국제적인 사안에 대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독자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이 자주 인용하는 매체는 서구, 유럽과 미국의 언론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취재도 보도하지만 현지 언론이 전한 속보를 서구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후 보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작정 서구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는 것은 국제적인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을 우리 스스로 제약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는 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아직까지 ‘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한국 사회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이 가지는 의의는 바로 이런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있다.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노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학생이 보다 주체적인 존재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학기동안 이 까다로운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신 정홍섭 교수님은 훌륭한 멘토이자 고개를 숙인 성숙한 벼 같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정홍섭 교수님의 진심어린 태도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아주인성과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열정과 진심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두 과목의 공통점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상당한 귀찮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주인성은 토론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고역으로 느껴질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과목이다. 나 역시 아침에 수업을 듣다보니 졸린 몸을 이끌고 제대로 집중이나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예상대로 A교시 수업은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이었고,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바로 글쓰기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 2주는 집중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항상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셨다. 아주인성 시간에도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자 말을 거셨고, 학생들의 의견에서 좋은 점은 칭찬해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는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주제에 대한 칼럼, 기사 등을 e-class에 올려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글과 영상을 수업시간에 짤막하게나마 소개해주시는 등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교수님이 진심으로 수업과 학생들을 아낀다는 것을 확인하자 아주인성과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질문에 답하는 빈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수업은 더욱 풍성해졌고, 점차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진심어린 태도가 가진 힘을 직접 보여주신 것이다.
  그러나 교수님과 함께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광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시는 방식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쓰는 과제가 많았다는 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교수님께 수업을 듣는 같은 학과 동기, 다른 학과 친구들로부터 글쓰기 수업 방식이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감상문, 탐방 보고서 등 실제로 글을 써볼 수 있는 과제보다는 오탈자 교정, 문법적 오류 수정 과제 등이 더 많았다고 한다. 반면 정홍섭 교수님은 모든 과제가 ‘글쓰기’ 과제였을 뿐더러 기말 보고서까지 작성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다. 바로 여기서 차이가 생긴다. 다양한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이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필자는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는 것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적기 때문이다. 초중고 12년 그리고 대학에서조차도 필기한 내용을 암기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의견은 상당부분 무시되고, 그것을 표현할 기회는 더더욱 터부시되는 경향이 강한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이다. 이는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으로써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를 존중하기 위한 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은 다른 학생들이 쓴 글을 저자로부터 직접 소개받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나의 의견을 교수님과 조교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퇴고할 수 있느 기회를 마련해주었고 이전보다 더 성숙한 경청자세를 갖추게 해주었다. 또한 이와 같은 수업 방식은 아주인성 수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토론이 보다 진지하고 심도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말 그대로 성숙한 지식인으로서 귀와 입을 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 속담대로 겸손은 성숙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증표이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단점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내적갈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앞서 적어놓은 사례들은 교육자로서 교수님이 가지는 태도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자신에 대한 겸손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교수님의 겸손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부분은 바로 학기말 느낀 점을 아주Bb에 제출할 때였다. 그동안 교수님은 e-class에 과제를 출제하셨다. 그러나 내년부터 e-class가 사라지고 아주Bb만 남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처음으로 아주Bb에 과제란을 개설한 것이다. 과제제출마감일 며칠 전 생각보다 일찍 과제를 완료한 뒤 제출을 위해 아주Bb에 들어간 나는 교수님이 과제제출아이콘 대신 공지사항아이콘으로 과제제출 페이지를 만드신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연락을 드려 수정을 부탁드렸고 며칠 후 교수님은 과제제출 페이지를 정확하게 만드셨다. 아마 교수님은 내년을 대비해 아주Bb에서 처음으로 과제를 받아보려고 시도하시다가 실수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실수를 말씀드렸을 때 교수님은 나를 탓하시기보다는 본인의 잘못임을 먼저 사과하셨다. “네가 잘못본 거 아닐까? 다시 확인해보렴.”이란 말 대신“미안합니다. 곧 수정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이전에 내가 겪은 교수님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상대적으로 지식이 많은 자신에게 먼저 책임을 돌리는 것은 교수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학생을 성인으로서 존중할 때 나오는 태도이기 때문에 내심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성숙함을 갖춘 교수님이셨기에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자 노력하셨고 나도 다른 교수님들과 달리 편안하고 정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함께 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에세이의 마지막 단락을 통해 부족한 글로나마 교수님께 감사를 대신하고 싶다. 교수님 한 학기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