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함께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

2019학년도_우수_[영어영문학과]_김현옥교수

  • 박지원
  • 2020-07-20
  • 6284
영혼에 위로가 되어 주시는 김현옥 교수님 (영어영문학과 선우은희)

“늘 주변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그 시선이 닿는 곳 모든 시간과 장소에게 행복하고 넓은 세상에서 찾아가는 네 존재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날들을 응원한다!” 2019.2. 김현옥

 2019년 독일 교환학교로 출국하기 전 연구년을 보내고 계신 교수님을 찾아뵈었을 때, 故 장영희 교수의 시집 ‘축복’을 주시며 맨 앞장에 위와 같은 짧은 글귀를 남겨 주셨다. 찾아뵈었던 2월은 찬바람이 코끝을 발갛게 만드는 겨울이었는데, 찬바람이 아닌 교수님께서 남겨주신 글귀의 따뜻함으로 코를 훌쩍였던 것 같다. 

 교수님과의 인연은 2017년 12월, 교직이수 면접에서 시작되었다. 김현옥 교수님 연구실에서 면접이 진행되었고, 그 때 처음으로 김현옥 교수님을 뵈었다. 교직이수자로 선발된 후 2018년 1학기 첫 면대면 교직이수자 상담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다른 교직 이수자 친구들과 함께 상담을 받았기 때문에 교직이수와 학교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상담을 위주로 했다. 또한 같은 학기 김현옥 교수님의 ‘영어학개론’ 수업을 듣고, 교직이수자 소학회 ‘샘앤샘’ 활동을 하며 교수님을 매주 뵈었지만 학교 커리큘럼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인자하신 교수님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교수님께 마음을 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18년 2학기 미국 교환학생을 앞두고 찾아뵈었을 때였다.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온 후 그 여행에 대하여 한 문단 정도 되는 짧은 메일을 교수님께 드린 적이 있는데, 교환학생 출국 직전 면담 하는 날 교수님께서 “네 글을 읽으니 내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었다. 예전에 장래 희망이 기자였던 나는 “글 쓰는 걸 항상 좋아했다”라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글을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시며 교환학생에 가서도 메일을 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미국 교환학생에 가서 매달 교수님께 메일을 드리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따뜻함이 다른 분들께도 전달이 될 것 같아서, 교수님과 미국 교환학생 중 주고받은 메일의 일부를 가져와 보았다.

2018. 8. 29. 김현옥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교수님! 00입니다. 교수님은 어떤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가요! 향후 일 년간 안식년이 맞지요? 많이 휴식을 취하면서 원하셨던 연구들을 하실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8월 20일 (뉴욕 시간) 오후 10시 경 JFK 공항에 도착하였고, 21일 새벽 2시 30분 경 스토니브룩 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 
 한 가지 기이하고도 인상적이었던 일이 스토니브룩 대학교로 향하는 기차 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직행 기차가 아니어서 환승하려고 '헌팅턴'이라는 역에서 내렸고, 플랫폼을 헤매다가 제 뒤에 있던 사람 두 명에게 스토니브룩행 기차를 타는 플랫폼 B 에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두 명이 본인들이 스토니브룩으로 간다며 차에 태워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경계했지만 대화하다보니 정말 스토니브룩 학생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를 기숙사까지 태워다 주었고, 기숙사 방 키를 받을 수 있도록 사무실에 대신 전화해 주었으며, 기숙사 안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도록 짐 운반을 도와주며 기다려 주었습니다. 알고 보니 인도에서 온 형제였고 형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동생이 스토니브룩 MASTER 과정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때때로 동생분과 연락은 하고 있는데 다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저녁이라도 대접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중략)
 건조하지만 해가 따갑고 뜨겁고 눈부신 스토니브룩에서, 00 드림.

00아!
 도착부터 아주 다이너믹한 날이 기다리고 있었네~~ 한밤 중에 JFK공항에 내려 움직이는 상황에 예상치 않은 동문과의 인연이라니~~~!!! 앞으로도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겠지만 미국에서의 ride는 일상적인 것이니 크게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워낙 넓은 곳이고 기차는 별로 없고 비행기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다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ride를 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의 일부인 것도 같고. 어쨌든 기분 좋은 출발이다!
 뉴욕은 수도 워싱턴보다 더 미국적인 도시라 00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00의 눈과 마음을 열어줄 경험들이 많을 거라 여기네. 그런 면에서 00가 너무 공부에만 매이지 말고 조금은 여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으니 필요하다면 수강과목도 줄이는 것도 고려하면 좋겠네.
 나도 첫 수업에서 듣고 있자니 필기를 못하겠고 필기에 집중하니 너무 많이 놓쳐서 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해서 집에 가서 노트정리를 하곤 했네. 아직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들 문화에서 늘 익숙한 방식으로 수업을 하니 교환학생들이 당연히 적응기엔 힘들고, 교재를 읽고 질문을 미리 정리해가면 수월하게 적응기를 넘길테니 조금만 기다리길! 
 잘 도착했으리라 생각은 했었는데 메일이 참 반갑네. 힘들게 살기는 했지만 어스틴에 대한 그리움도 쑤욱 올라오네^^. 2학기는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있으니 더 특별한 경험 많이 하겠다싶네.
 즐겁고 새로운 소식 기다릴께! 

김현옥

2018. 9. 12. 김현옥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메일을 너무 자주 보내 교수님의 편안한 안식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다운타운 브루클린에서 바라보는 맨해튼의 전경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습니다. (중략) 다음에는 고민거리 말고 좀 더 즐거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행이나, 학교에서의 에피소드 등이요! 교수님, 건강 유의하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주일 사이 평균 기온이 10도가 훅 떨어진 스토니브룩에서, 감기에 걸린, 00 드림.

00아~~!!

 어릴 적 개학이 다녀오면 급히 마무리해야했던 기행문쓰기 숙제를 왜 그리 싫어했을까 싶을 정도로 00의 글은 마치 파노라마를 뒤로한 00의 잔잔한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이 원경과 근경이 동시에 움직이는 마법같이 나를 홀리네^^ 00로부터의 소식을 읽고 사진을 보며 멀리 뉴욕을 따라 걷는 듯한 정취로 즐거우니 부디 이 낙을 뺏지 말아주길!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끙끙거린지 벌써 20년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00가 겪고있을 여러 교육 사회 문화적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 미국의 대학수업은 대체로 학기초에 가장 힘들고 차라리 기말이 여유로운 구조인데 정말 웬만한 독서실력을 갖춘사람도 과목당 3~4권이 넘는 읽기과제를 쫓아가는게 쉽지가 않고 책은 flow만 잘 잡으면 속독이 가능하지만 00가 수강하는 과목의 특성상 jargon 외에도 여러 slang이나 세대의 글을 반영하는 최근의 논문이나 글감들이 많을 것 같다... 등산으로 치면 골짜기 밑에서 정상을 바로 올라야하는 가파른 경사와 속도를 경험하며 늘 헐떡이며 겨우겨우 책 읽고 과제하며 지나다보면 의외로 중간고사 이후 편해져서 질문도 던지고 여유로워졌던 경험이라 00도 그렇지않을까 싶다.(중략)
 가족도 없는데 감기라니 걱정이다. 잘 챙겨먹고(따스한 chicken soup!!) 책 다 못 읽어도 잠은 꼭 제대로 자길!

김현옥

2018. 12. 12. 김 현옥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00입니다. 미국에서 드리는 마지막 메일이 될 것 같아요. 혹은, 한국으로 출국하기 전 날 아쉬운 마음에라도 한 통의 메일을 더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월 12일 기말고사 시험을 세 개를 본 후, 저는 13일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합니다. 16일 전에 에세이 한 편도 작성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마 샌프란시스코로 노트북을 들고 가 남은 과제를 정리할 것 같아요.ㅋㅋㅋ... 아이고오~(중략)
 교수님, 저는 정말 여기서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중간고사 시험 전까지 이 수업에서 SAM PATCH 를 매주 한 단원씩 정독하고 토론하고 퀴즈를 봤어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1800년대를 관통하는 문화를 찾아내신 교수님에게 정말 많이 감탄했고 그 책을 읽고 수업을 즐길 수 있었던 학생으로서 정말 행복했어요. 심지어, DANCE 를 주제로 한 날에는 수업 장소를 옮겨서 정말로 춤을 췄답니다! 제가 오만과 편견 무도회장에 있는 줄 알았어요(물론 거긴 영국이지만..) 남자와 여자가 일렬로 마주보고 섰습니다. 파트너를 정한 후 인사하고, 손을 마주잡고 빙글 돌고, 파트너를 바꾸어 뛰어다니고.. 노동자들은 정말 건강했구나! 조금만 춰도 숨이 차는 이 춤을 즐겁게 추다니.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었구나. 수업 참여를 제대로 한 번도 하지는 못했지만 수업 준비는 항상 해 가던 수업이었어요.
 지난 한 달간의 수업이 정말정말 행복했어요.. 또 다른 수업에서는 팀 discussion 을 하다가 친해진 친구 Sam도 있고, 그 친구도 미국에서 교직이수 학사 석사 통합 과정에 있는 친구여서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친구였고, 한국을 사랑하는 친구 Sasha 와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에 즐거웠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있지는 않았지만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계속 기억하고 싶어요. 교수님께서 공부하면서 함께 지내왔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계시듯, 저도 아마 계속 기억할 것 같아요. 제가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행복해서 행복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 남동부 여행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찾아뵐게요! 교수님, 저는 1월 3일에 귀국하고 2월 말 독일로 출국합니다. 그 전에 함께 뵐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교직이수자들의 자리에서라도요! 다시 뵙는 그 날까지,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시험 하루 전날, 행복하기에 행복한, 00 드림

00아~~!!

 지금쯤은 00의 사진에 샌프란시스코의 땅콩같이 예쁜 집들 사이로 오가는 트램, 큰 빌딩 사이로 보이는 작은 피조물의 뉴욕과 비교되게 눈에 낮게 들어오는 건물과 대비되게 맑고 넓은 파란 하늘의 캘리포니아의 여유로운 정경들이 담겨져 있을까? 아님 번쩍거리는 라스베가스를 쉽게 잠재울 짙은 황토의 그랜드캐년에서의 캠핑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여정일까?

 내 경우 학기 중에는 워낙 공부와 육아에 치이고 방학 중에도 아기를 데리고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여행은 미국생활 초기로 제한된 경험이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주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압도적인 인상을 남겼던 것 같구나. 지금도 맑은 새벽 공기를 맡으며 서서히 들어선 Yosemite의 입구는 하늘까지 닿은 듯 우뚝 솟은 수목들 사이로 신비의 세계로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고, 그 정반대의 느낌으로 미시시피강 하구에 위치했던 New Orleans로 진입할 때 가도변의 검은 수목들이 줄기를 축축 늘어뜨리고 뿌리가 드러나 죽음을 연상시키던 swamp 였던 것 같다. 벌써 한참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강타 소식과 카트리나 폐허라고 불리는 곳의 사진을 보기가 두려울만큼 미국에서 “사람 냄새나는 문화”가 확 느껴지는 특별한 도시의 잔상들이 남아있는데, 나는 이상하게 French Quarter나 스페인풍의 건물들이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었네. 나중에 New Orleans가 William Faulkner Sherwood Anderson을 만나 소설작업을 하게 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왜 그의 소설에 매료되었는지 이해가 갈만큼 미국남부는 또 완전히 다른 미국인 것 같다. (중략)

 00의 짧은 듯한 굵은 여정을 따라가는 시선으로 공감하며 즐거웠던 나도 00가 해방감처럼 행복했을 그 순간에 나도 함께 한 것처럼 기분좋고 더불어 행복했다. 대학원생도 아니고 미국에 처음 발을 딛어 잠시 머무는 교환학생으로, 영국 외에는 타국에 관심도 별로 없고 외국어에 대한 학습의지나 관심이 부족한 그들의(Tongue-tied Americans이라는 책도 있었던 기억이네) ethnocentric한 의식의 저변에 깔린 차별적인 시선들을 누르고  똑소리나는 질문과 발언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수업의 내용과 방법에 contribution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00가 독일에서도 시야를 더 확장하며 의미 있는 경험을 하게되었구나 싶어 더욱 반갑기도 하다. 사실 Culture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거기에 contemporary/popular까지 더해서 엄청난 난이도의 수업일꺼라 예상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 어려운 걸 해내고~~!!. 노동자의 삶을 댄스로 환원한 수업도 팀별 대항전까지 정말 다채로운 미국대학의 특별한 경험과 배움의 즐거움이 앞으로 00의 생각의 걸음걸음에 큰 자양분이 되겠다 확신하기도 한단다.

 난 개인적으로 교환학생을 cultural exchange라고 명명하고플만큼 학습의 내용보다는 그 방법론, ritual과 frame을 inner circle의 시각과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만 제공된다면 정말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석달 남짓의 시간동안 academia 외에도 미국의 다양한 도시들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는 00의 건강한 젊은 세계가 부럽기도 하고 앞으로 00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하구나. 내가 6년남짓 겪은 것보다 00가 오감으로 체험한 6개월의 미국생활이 더 풍부하고 특별하다고 생각되니 2019년 유럽의 지도를 따라 풀어갈 00의 여정이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00가 잘 적응하고 멋진 추억을 쌓고 오리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 믿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에서 더 이야기 나누면 좋고, 기회가 안 되면 독일과 유럽편도 계속 stand by!!

김현옥 샘

 1년 동안의 교환학생 생활 동안 멀리에서 글로써 교수님을 찾아뵙는 것이었음에도 교수님은 언제나 두 팔 벌려 글로써 나를 안아주시는 듯했다. 일상 이야기를 전해 드릴 때면 교수님께서도 당신의 대학과 대학원 시절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셨고, 나는 교수님께서 지나가신 그 과정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며 많은 힘을 얻었다. 교수님의 글도 너무나 따뜻해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낸 후면 매일 메일함을 열며 교수님의 답장이 언제 올까 기다렸고, 답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으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기쁜 순간뿐 아니라 힘든 순간에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나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을 때도 교수님께서는 언제나와 같이 그 곳에 계셨다. 내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힘들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새로운 만남과 상호작용에서 나의 모든 선의가 배반당하는 경험은 예상하지 못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들어갔다 떨어진 것처럼 기가 막히고 무서운 경험이었으리라..” 라는 교수님의 글은 나의 영혼까지도 위로해 주는 듯했다.
 미국 교환학생이 끝난 후 연구년을 보내고 계시는 교수님을 2월에 찾아뵈었고, 독일로 출국한 후에도 메일을 드렸다. 2019년 9월 학교에 복귀한 후 연구년을 마치고 마찬가지로 학교에 돌아오신 김현옥 교수님과 바로 상담 요청을 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교수님께서 교내를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셔서, 녹음이 지고 나뭇잎이 붉게 물들 때 즈음 성호관 앞 벤치에서 메일에서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으로 그 동안의 이야기를 교수님과 나누었다. 최근에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근래에 교수님께서 읽고 계신 책은 무엇인지, 그 동안의 여행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기 수가 올라갈수록 진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2019년도 2학기에는 진로 고민 이야기를 교수님과 많이 나누었다. 교수님은 당신의 청년 시절에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그리고 영문학과 교직이수자들의 선배들이 어떤 길을 밟고 있는지 전해주시고, 교수님의 생각을 나에게 전해 주시되 내가 내리고 싶은 결정에 대해서 언제나 존중해 주시며 응원해 주셨다. 교수님께서도 구불거리는 길을 걸어오신 분이셨기에, 나는 교수님의 삶으로부터 변하지 않는 미래란 없으며, 이 젊음의 순간 교수님과 같이 많은 것들을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김현옥 교수님께서는 지나가는 풍경들과 시간들의 흐름을 눈과 마음에 담으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애정의 대상은 아주대학교의 많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사랑하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고, 진심으로 학생의 편에 서 주신다.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당신의 제자들이 드린 선물들이 곳곳에 있고, 연구실을 들르는 학생들이 그 선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선물을 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교직이수 수업 중에는, 현직에 계시는 선생님을 초청하여 교수법과 관련한 강의를 열어주시고, 교수법과 관련한 분야에서 현직으로 계신 선배를 초청하여 강의를 열어주신다. 약 15년 동안 아주대학교에 계시면서 많은 선배들을 만나 오셨기 때문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선배들 또한 많기 때문에, 졸업자 중에서 나와 비슷한 선배가 있거나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사석에서 혹은 메일로라도 교류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 주신다.
 김현옥 교수님은 변하는 세대에게 더 알맞은 수업 모형은 무엇일지, 수업 개발을 위해 노력하신다. 영어 교육론 수업 중 진행하는 티칭 프로젝트 피드백 중 교수님께서 새롭게 제안해 주시는 학습 모형에 감탄하고 또 놀라기도 했다. 인터넷 기반으로 데이터를 축적하여 학습할 수 있는 Corpus 관련 외부초청 강의를 열어주신 것, IT 영어학 수업을 개설한 것도 모두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대학 내에서 가르치는 영어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일찍이 우리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수자의 역할과 학생의 입장을 항상 고려하시기 때문에, 학생이 교수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 공정한 평가를 위해 노력하신다. 시험은 direction 이 명백하며, 평가 항목을 세분화 하여 공정성이 높다. 때문에 나는 김현옥 교수님을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교수님으로서 존경한다.
 많은 학생들이 김현옥 교수님을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격의 없으신 분이고, 학생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하시고, 편안하게 우리들의 이야기에게 귀를 기울여주시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 날 교수님 연구실에서 이야기 후 혹시 포옹 인사를 해도 되느냐고 여쭈어보았다. 얼마든지, 라고 말하며 두 팔을 벌려주셨고 포옹한 팔에 힘을 주시며 한참을 등을 토닥여주셨다. 상아탑에 계신 분이라 생각했던 교수님의 앙상한 어깨뼈가 팔에 닿았을 때 마찬가지로 평범한 한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김현옥 교수님은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교수님이다. 단지 4년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직이수 주임 교수님으로가 아니라, 은사님으로서 평생을 뵙고 싶은 분이다. 교수님의 지성과 지혜는 나의 학습 동기가 되며, 교수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영혼을 울린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 있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글 쓰는 것이라고 밝히지 못했는데, 교수님께서 내 글을 읽어주시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신 이후부터는 자신 있게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어떤 글이든지. 언젠가 나의 이름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부디 교수님께 책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에서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당당하고 멋진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