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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력해도 안됐으니 `運七技三`?

NEW [칼럼] 노력해도 안됐으니 `運七技三`?

  • 이지윤
  • 2013-09-02
  • 26733

대부분의 리더들에게는 재밌는 이율배반적 모습이 있다. 어린 사람에게 하는 말과 자신과 비슷한 연배나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력과 운에 관한 이야기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또 CEO는 부하직원들에게 "성공을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만이 해답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에겐 "인생을 살아보니 결국 운칠기삼이더군"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무슨 뜻인가.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표현이다.

 

실제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운이 좋았다`고 하는데 이는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운이라는 건 결국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요인`을 뜻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잘못된 미신적 신념들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CEO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동기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7할의 운 중 상당 부분이 보인다. 동기는 `두 개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은 노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그런데 형사가 범인을 취조하면서 묻는 `범행동기가 무엇인가`라고 할 때의 동기는 범행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이유`를 묻는 것이다. 그렇다. 동기는 노력으로서의 측면과 이유로서의 측면 이렇게 두 가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동기에서 전자에만 관심을 가지고 후자에는 거의 별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많은 CEO들이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열정, 땀, 혼신 등 다양한 말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이유`에 관해서는 얼마나 공감시키고 있을까.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

 

크게 봤을 때 인간의 행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좋은 것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이유와 좋지 않은 것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라고 구분한다. 그리고 세상에 많은 일들이 접근동기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과 회피동기로 해야 하는 것이 각기 따로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접근동기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을 회피동기로 덤볐다가는 노력해도 그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들인 공에 비해 좋지 못한 결과를 앞에 두고 `역시 운이 따라줘야 해`라는 식의 탄식을 내뱉는 것이 아닐지.

 

물론 천재지변같이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런 일들은 정말 운이다. 하지만 보다 많은 경우는 노력과 그 노력의 이유를 같은 방향으로 맞추기만 해도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데도 불구하고 그 맞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CEO라면 지금 당면한 일이 접근과 회피 중 어느 동기에 더 부합되는 일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성과 및 행복 지향적인 일들에는 접근동기에 호소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무언가를 예방하거나 피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일을 독려할 때 조직원들의 회피동기를 자극해야만 한다. 조직이 피해야 하는 비극적이거나 최악의 상황을 분명히 알려주고 이 나쁜 것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 일의 종류와 동기가 같은 방향으로 가야만 노력이라는 자원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