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오만의 시대

NEW [칼럼] 오만의 시대

  • 이지윤
  • 2013-09-25
  • 29906


법무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에 대해 감찰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채 총장은 곧 사퇴를 했다. 이어 그를 ‘전설 속의 영웅’으로 따르는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이 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동반 사퇴했다.

그리고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법무부에 실현가능한 감찰계획을 공개하라고 촉구하며 법무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채 총장과 그를 따르는 대검의 부하검사들은 검찰을 흔들기 위해서 채 총장 혼외자 사건이 기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채 총장을 사퇴시키는 과정을 보며 ‘공포와 야만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검찰총장의 혼외자 문제가 사적 영역인지 아니면 공적 영역인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진상규명 방침이 과연 공포를 자아낼 정도로 야만적인, 즉 폭압적인 방법이냐는 것이다.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의 법무부 장관 비판의 핵심은, 혼외자 문제를 종결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나 임모 여인의 진술확보 등과 같은 진상규명 방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감찰관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은, 채 총장과 임모 여인에게 큰 피해를 야기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검찰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법무부의 진상규명 방침은 결코 일방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만큼 야만적인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진상규명의 결과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채 총장의 주장처럼 혼외자 논란이 사실무근이라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는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 임모 여인의 경우도 동일하다. ‘채동욱씨’를 존경하는 그녀는 채 총장이 자기 아들의 친부가 아님을 공개편지를 통해 밝혔다.

사 유전자 검사 과정이 약간 번거롭더라도 그가 존경하는 채 총장의 명예회복을 생각한다면 결코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왜냐하면 100% 그들에게 유리한 유전자 검사를 거절한다면, 그것 자체가 채 총장의 혼외자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기 때문이다.

대검의 40대 엘리트 검사들이 이런 간단한 논리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채 총장의 부하들의 목소리는 신념과 불의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들은 정의를 대변하고 있으며 정의롭지 못한 정권이 채 총장을 희생시켜려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바로 자신들만이 정의롭다는 그 확신이 법무부의 진상규명 방침이 합리적이라는 점에 눈멀도록 만들었다. 이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정의를 독점했다는 오만의 한 경우일 뿐이다.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경기일보 2013.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