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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이 전기요금 올릴 때인가

NEW [칼럼] 지금이 전기요금 올릴 때인가

  • 이지윤
  • 2013-09-25
  • 28144

가을이다. 정전경보에 따라 전등 끄고 공장 세우고, 땀범벅과 열대야를 견딘 여름이 갔다. 삶이 고단해지고 품위가 없었다. 오로지 '전기 안보' 만을 위해서다. 그래도 올해 정전방지에는 4,000억원 가량의 부하조정지원금에다 2조원 수준 원전대체비용이 투입되었다. 여기에 산업생산 차질에다 업무효율 저하, 국민 불편비용까지 계상하면 5조원대 이상의 사회비용이 발생한 것 같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비용만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규제하의 독점폐해이다. 정전 걱정은 아직 끝이 아니다. 당장 이번 겨울이 심상찮다. 그래서 당국은 정전 원천봉쇄 수준의 투자를 위해 요금인상과 가격체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원가 이하'의 전기낭비를 막는다는 명분이다. 산업용의 경우 피크 타임요금이 2배쯤 오른단다.

우리는 전기료 개편 과정에서 에너지집약형 경제구조나 제로에 가까운 전기가격 탄력성, 그리고 민생 필수재로서 전기의 역할 같은 기본 고려사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시장의 안정세 속에서 하찮은 원전부품비리가 전력부족, 가격급등으로 이어지는 건 우리만의 위기이다. 이러니 무력한 소비자들은 가격인상부담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폭탄 돌리기'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가정부문과 산업부문, 소득계층별, 업종별로 나 이외 다른 쪽에 요금폭탄을 안겨도 좋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이런 상황은 국제유가상승 등 외생적 위기 후유증이 아니고 우리 내부 갈등요인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갈수록 민감한 주제인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체제 강화가 그 답이다. 이를 통해 '전기료 올리면 전력업계에나 좋지, 국민복지와 산업경쟁력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사회인식을 치유해야 한다.

전기료 검증을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공기업ㆍ공공기관 경영합리화전략의 우선과제로 삼으면 된다. 전기료도 당연히 원가주의에 입각하고 검증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들은 전기료 산정기준이 적정원가에 투자보수(초과이윤 개념, 6.3%)까지 합친 총괄원가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금년도 한전 원가회수율은 총괄원가의 94%수준이나 적정원가수준을 넘는다는 사실은 더더욱 잘 모른다. 그래서 원가 이하 전기를 선진국 대비 2배나 많이 낭비한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있다.

이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 1인당 가정용 전기소비는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 전체 전력소비량을 가계인구수로 나눈 통계의 함정이다. 더욱이 원가 이하 전기료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투자보수와 법인세 등을 제외하면 한전은 총괄원가회수율이 90% 수준만 되어도 영업흑자가 가능하다. 공익성 강화와 자체 경영혁신노력이 더해지면 더 내려 갈 수 있다. 물론 유가급등요인의 요금반영이 늦어 한전부채가 급증한 적은 있다. 그러나 최근 요금인상 결과로 더 이상의 요금인상 없이도 한전흑자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가정용 요금의 탄력적 조정과 함께 국가경쟁력 차원의 산업용 요금체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한전과 산업계는 각자 이익을 위해 대립하기보다 국가경제부흥이라는 공동목표달성을 위한 연대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 대량소비자인 산업계는 분산형 전력공급, 고효율 에너지기기 생산, B2B 전력시장 형성 등 새로운 에너지산업창출을 주도할 수 있다. 전력부문이 포함된 산업계 전체가 제3차 산업혁명 이론에 따라 창조적 융합을 통해 국가경쟁력 향상과 서민복지 증진전략을 추진하는 멋진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한전과 발전회사 경영체제를 시장형 공기업에서 공익산업으로 전환하여 수익극대화 의무를 면제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관행 개선이 가능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부 명예교수

 

[한국일보 2013.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