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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7년도_입상_[컴퓨터구조]_홍만표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6762
 제목: 강의의 정석

언젠가 부터인가, 어쩌면 처음부터 일지도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교수님은 출석이 관대하고
과제가 많지 않으며 성적을 잘 주시는 교수님이 되었습니다.

이미 절정의 경쟁사회가 되어버린 탓에 이런 현상을 보이는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을 나쁘게 바라볼 마음은 없지만 이러한 풍토에 대학생으로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으로서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학기 수강 중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좋은 교수님이라고 불리는 교수님과는 다른 스타일의 교수님 수업을 운 좋게도 듣게 되었고 좋은 강의를 들었던 학생으로서 ‘이런 교수님이 진짜 좋은 교수님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다른 학생들에게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과 이런 교수님은 알려져야 한다는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며 쓰게 됩니다.
제가 소개할 과목의 이름은 '컴퓨터 구조'이고 강의하신 교수님은 홍만표 교수님입니다.

제가 바라본 홍만표 교수님의 수업은 이렇습니다.

첫째, 수업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치는 수업을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만, 모든 좋은 수업들이 쉽게 가르치는 수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어찌되었든 우리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은 본디 학문의 요람이었습니다. 때문에 깊이 있고 심도 있는 공부는 대학생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이었지만 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보면 현대의 모든 대학생들에 필요한 소양으로 보이지는 않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학생으로서 양보해서는 안 되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의문과 생각입니다. 기본적인 대학생의 권리와 의무는 현상에 의문을 가질 줄 알며 더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가르치는 수업은 학생들의 빠른 이해를 도우며 더 나은 결과 혹은 학생들을 심도 있는 공부의 영역까지 인도할 지도 모르지만 마땅히 가져야할 의문이나 깊이 있는 생각을 때때로 방해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대학생 이전의 빡빡한 입시 생활과 이후의 숨 막히는 사회생활을 생각해보면 여유를 가지고 사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대학생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어렵기만 한 수업은 최악입니다만 홍만표 교수님의 수업은 명확한 기본의 제시를 통해 학생이 깊은 생각까지 나아갈 수 있는 교량을 스스로 놓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쉽지만은 않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팅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교수님이 처음 수업에 들어와서 한 몇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생으로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의지에 대한 것과 이 수업이 끝날 때 쯤 학생이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용은 지루하게 변질되지 않을 만큼 간결했고 강조가 필요할 때만 반복되어 파워풀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뒤 학생들의 대답하는 목소리에서 학생들이 고무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강의실의 온도가 달라져 있음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학기 중 수업시간엔 강의실을 돌아다니시며 학생들에게 짧은 질문을 (주로 전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에 대한 질문) 종종 하곤 하셨는데 이 질문은 수업중 학생들의 긴장감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해서 강의실에는 항상 잔잔한 긴장감이 흘렀고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고민하는 학생들의 의지를 이끌어 내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모습에선 교수님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셋째, 수업은 강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저는 4학년이며 개인적인 이유로 또래 학년의 친구들 보다 더 많은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을 만나왔습니다. 훌륭한 교수님들도 더러 계셨지만 그와는 반대로 기계적인 강의, 책의 내용을 읽어주는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들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강의내용을 일부 까먹는 경우나 수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본인 이야기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홍만표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수업은 강의로 가득 차있고 강의는 지식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수업 외적인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있으면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업 대부분의 경우는 판서로 진행이 되는데 분필을 든 교수님의 손짓에는 망설임이 없으며
목소리는 명확하고 수업구성은 물 흐르듯 합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자주 해주시던 말씀 중 하나가 학생 본인이 공부하고 이해한 내용을 다시 말로 표현해 보고 표현된 자신의 말을 녹음해 본 뒤에 이해가 가는지 가만히 들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말할 수 있으면 공부한 것이고 듣고 이해가 간다면 거짓된 이해가 아니라는 의미였는데 교수님의 명확한 설명과 지식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강의를 위한 교수님의 준비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넷째,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의 제시입니다.

과목을 배우다 보면 공부하던 단원 혹은 수식에 갇혀 책 전체 그리고 분야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른 채 혹은 잊어버린 채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과적인 과목에서 더 쉽게 발생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면, 개별 수학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자의 순간적이며 학문적인 집중력이 일정 시간 이상 필요로 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미시적인 시각에 갇히거나 시간에 쫓겨 거시적인 관점을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컴퓨터구조 수업에서도 이런 현상을 자주 마주하곤 했는데 교수님은 수업 중간 중간 학생들이 구체적인 어느 영역에 갇히지 않게 거시적인 컴퓨터학문의 시야를 제시해 주십니다. 때문에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이 컴퓨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내용의 단점과 장점을 생각해보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 갈 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한 주관적인 홍만표 교수님의 수업입니다. 이렇게 이유를 적고 보니 독특할 것 하나 없는 수업입니다. 변해가는 시대에 맞추어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한 교육법과 교육보조도구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의 교육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생각하는 방법의 제시를 하려는 교육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한 모습은, 막힘없이 칠판에 판서를 하시는 홍만표 교수님의 모습은 어떤 트렌디한 교육법보다 아주대학교 학생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강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강의의 정석이라 불릴 만합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님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홍만표 교수님의 강의를 아주대학교의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