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_우수_[인간두뇌의 신비]_배진희교수
제목: 저절로 이해되는 수업
이 수업은 예전부터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수업으로 유명했습니다.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서 반드시 영역별 교양을 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문과 학생들이다 보니 과학영역의 수업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은 심리학 전공인 ‘생리심리학’과 내용이 많이 겹쳐 동시에 들으면 이해하기도 편하고 공부하기에도 편한 것으로 심리과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중, 고등학교 때 과학, 특히 생물이 좋아서 이과에 가고 싶어 할 정도로 생물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생리심리도 인간 두뇌의 신비도 너무 기대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타과에서도 유명한 과목이라 그런지 대형 강의 임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1학기에 전공 수업인 생리심리학을 먼저 듣게 되었습니다. 심리학과를 오고 싶었던 마음은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지만 심리학의 과학적 측면은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문과 수준에서 듣던 과학보다 훨씬 자세하고 양이 많은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도 컸고 수업 내용을 조금 놓치면 따라가기가 매우 버거웠습니다. 결국 저는 아주 안 좋은 점수를 받았고 생물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 잃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2학기에 다시 수강신청에 도전하려던 인두신 수업도 망설여졌었습니다. 하지만 영역별교양을 피할 수는 없었기에 그래도 확실히 평이 좋은 인두신을 신청해 듣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듣기 전 같은 과 선배가 이 수업을 들었었는데 다시 청강한다는 소리를 듣고 놀랬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업들이 나빴던 건 아니지만 저는 ‘또 이 수업을 듣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무리 수업이 좋아도 재수강도 아니고 청강을 하면서까지 또 듣고 싶을까?’ 라는 의구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오티를 들을 때만 해도 그냥 목소리 톤이 귀에 쏙 들어오시는 편이구나 정도로 생각을 했었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청강을 하는 선배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제 생물에 대한 흥미도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수업이 끝난 지금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은 저도 청강을 해서 모든 수업 내용을 확실히 머릿속에 다시 새겨 넣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수업은 인간의 뇌 구조와 그 메커니즘에 대해 주로 배우는 수업입니다. 복잡한 뇌구조와 호르몬 암기뿐만 아니라 뇌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 쉬운 수업은 아닙니다. 그 생소하고 많은 명칭들을 외운다는 것이 처음에는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이렇게 복잡하고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은 쉽게 포기하고 시험기간 직전에 많은 양 때문에 좌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과목에 대한 흥미는 물론이고 저 같은 학생도 저절로 이해하고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저희 과 애들 사이에서 배진희 교수님의 인두신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이해되는 과목 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입니다.
과목 특성상 한번 놓치면 이해하기 어렵고 암기를 해야만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된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매 시간마다 지난 수업 복습을 해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들었던 수업들은 진도 나가기에만 급급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배진희 교수님은 수업 커리큘럼 안에 복습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매번 복습을 해주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거나 놓친 부분이 있더라도 복습을 꼼꼼히 전반적으로 해주시니까 따로 공부를 안 해도 다음 수업을 듣는 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반복적으로 내용을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암기도 되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암기된 베이스가 있으니 따로 암기가 필요한 복잡한 부분을 암기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은 복습시간에 몇몇 학생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출석체크를 하셨습니다. 이런 대형 강의는 구두출석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인데 랜덤한 방식으로 출석을 부르니 굉장히 공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보통 복습시간엔 이미 들은 내용이라는 생각 때문에 대충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질문을 받게 되면 대답을 해야 되기 때문에 복습시간에도 저절로 집중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또 특이하지만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수업관련 동영상을 보면 그것을 요약해 과제로 제출하고 그 내용을 시험에 출제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심리학 수업시간에 수업 관련 실험 영상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수업에서는 그 세부적 내용이 시험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대충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기록하고 그 내용이 시험에까지 출제되니 영상을 자세히 볼 수밖에 없고 영상으로 인해 수업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습니다. 그로인해 이론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 그리고 응용까지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동영상 내용을 왜 요약하는 걸까 이게 도움이 될까 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이 또한 학생들의 이해와 학습을 위해 많이 고민하신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는 교수님이 고민하시고 연구하신 수업 방식을 학생들이 얼마나 좋게 받아들이는지 교수님께 전달하고 싶었고 다른 학생들에게 이렇게 좋은 수업을 추천하고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저는 이 수업을 정말 재밌게 들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교수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복잡하고 구체적이어서 일 수도 있지만 비슷한 주제의 수업을 들었을 때 큰 흥미를 못 느꼈었기 때문입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의 모든 행동들이 어떠한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고 제가 그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교수님이 계속 이런 좋은 수업 방식을 유지해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들음으로서 인간 뇌의 신비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진심으로 이 수업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교수님 한 학기 동안 고생하셨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