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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9학년도_우수_[창의적 사고훈련]_신종호 교수

  • 박지원
  • 2020-02-24
  • 5630
창의적 사고훈련, 소통하는 강의의 표본 (소프트웨어학과 이동현)

나에게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가 뭐냐고 물으면, 일말의 지체 없이 신종호 교수님의 '창의적 사고훈련'을 꼽을 것이다. 창의적 사고훈련은 '잘 짜여진 강의', '독특한 평가방식', '노력하는 교수님'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맞물려 수강자들에게 내면의 창의력을 발휘할 용기와 기회를 주는 그야말로 '완성된 강의'였다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훈련은 강의의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강의였다. 강의 첫 시간에 나눠주신 강의 계획서는 28페이지나 되었다. 강의 계획서에서는 학습 내용과 목표부터 세부 일정, 활동과 평가 기준까지 모두 세밀하게 적혀 있었으며, 활동 기획 의도와 원리 등을 자세히 설명하여 활동의 의미를 알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첫 시간에 강의 계획서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물어봄으로써 교수님 독단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을 방지했다. 보통 강의 계획서는 한 페이지 이내이고 대게는 그 존재마저 잊기 마련인데, 이 강의 계획서는 강의를 듣는 내내 참고하게 될 정도로 강의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 이는 이 강의가 한 편의 영화처럼 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의는 팀 위주로 진행되었으며, 조원들은 창의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도록 다른 과 학생들끼리 섞여 앉도록 배치되었다. 조원들 간의 첫 만남이 불편하지 않도록 '인디언식 이름 짓기'나 '조별 이름과 별명 정하기' 등의 활동으로 부담 없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을 배려했다. 강의가 중간쯤 지났을 때는 또 팀을 한 번 바꿔서 조금이라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매 강의의 시작은 문제적 남자에 나온 넌센스 문제들을 푸는 것이었다.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여러 방면의 사고를 자연스럽게 해볼 수 있었으며, 이후 이어질 강의 내용의 이해를 촉진시킬 수 있었다. 
강의 내용은 단순하게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창의성에 대한 정의와 창의성에 대한 오해, 창의성 개발 영역 및 장애 요소를 배웠다. 그 이후 창의성의 4가지 요소인 '4P(Person, Process, Product, Press)'에 대해 배우고, 창의력 사고의 기본적인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 마지막으로는 효율적인 창의적 사고기법과 단계적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까지 창의력의 명확한 정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창의력 관련 테크닉까지 알차게 배워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학습이 이론에서 끝나지 않도록 풍부한 학습활동으로 보완했다. 매주 사이버 강의가 준비되어 있었으며, 사이버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학습과제와 퀴즈를 수행하여 미숙한 부분에 대해 점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학습활동들은 많은 학습 양을 소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매 주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간단한 성찰일지를 기록했다. 성찰일지는 아주 Bb의 기능을 활용하여 게시판에 게시하였으며, 다른 사람들이 글을 보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구조였다. 아주 Bb의 그룹, 토의 기능은 대부분의 강의에서 몹시 한정적인 용도로써 사용되고 있는데, 이 강의는 대부분의 조별 활동을 아주 Bb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아주 Bb의 기능을 어느 강의보다 잘 파악하고 실제 학습 활동에 활용한 강의였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론 수업이 끝난 후에는 팀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배운 창의적 사고기법들을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했다. 팀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찾고 창의적 사고기법들을 이용하여 창의적 해결방안을 세워보는 것이었다. 조별로 산출물을 만든 이후 갤러리워크라는 특별한 활동을 진행했다. 갤러리워크는 마치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듯 조별 아이디어와 산출물을 한 스크린에 정리하여 게시하고, 박물관의 도슨트 역할을 하는 조원이 구경하러 온 다른 조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조들의 아이디어를 전시관에 온 듯이 구경할 수 있었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전달할 수도 있어 몹시 효율적인 구조였다. 이 때 다른 조원들과 교수님께 받은 피드백들을 최종 발표와 보고서에 반영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더 개선시킬 수 있었다. 팀 프로젝트의 결과는 실제로 실현 가능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이므로, 강의가 끝나면서 학생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본 경험과 함께 실제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도 하나씩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에 보통의 팀 프로젝트보다 훨씬 알차고 실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팀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도구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이용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체감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해야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창의적 사고훈련은 입체적인 평가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보통 출석과 시험으로만 성적을 매기는 다른 강의들과 다르게 이 강의는 평가 항목만 무려 9가지나 된다. 출석이나 시험, 퀴즈, 수업 활동 참여점수는 물론이고 온라인 사전학습과제, 수업 성찰일지와 같은 이 과목만의 특별한 과제들이 모두 평가 대상이었다.
매주 치는 퀴즈는 교수님께서 채점하시지 않고 특별하게 옆 조원이 채점하도록 하였다. 채점 과정에서 정답이 될 만한 답안은 매기던 사람이 직접 교수님께 건의하여 복수정답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교수님 독단에 의한 평가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여 평가할 수 있었고, 틀린 점은 납득할 수 있고, 옳은 점은 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채점 방식이었다.
중간고사 대신 에세이 과제가 있었다. 에세이는 강의 내용을 응용하여 자신이 본받고 싶은 창의적인 롤모델에 대한 내용을 적는 것이었다. 에세이를 적으며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응용해볼 수 있었고, 강의에서 시행하는 글쓰기 튜터제의 도움을 받으며 창의력과 동시에 글쓰기 능력까지 기를 수 있었다.
시험으로는 중간과 기말고사라는 독특한 시험을 쳤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을 피해 다른 과목들의 시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이 과목의 시험은 그 중간 기간에 침으로써 이 시험의 시험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그야말로 win-win전략이었다.
시험 문제도 학생들과 같이 출제하였다. 매 조마다 한 문제씩 만들어 제출하면 교수님께서 고민하셔서 엄선하고 개선하셔서 출제하는 방식이었다. 시험 결과는 보통 다른 강의들이 어느 정해진 시간까지 교수님의 연구실까지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도록 하는 반면, 교수님께서는 시험 다음 시간에 직접 시험지를 나눠주시고 평가 기준을 직접 공개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험 점수를 통보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점수를 직접 주도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학점은 절대평가제를 실시하여 95점을 넘으면 A+였고 그 이후 5점 단위로 기준이 형성되어 있었다.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다 다르게 하여 정확한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고자 하였으며, 다양한 평가 항목이 있는 만큼 학생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가 있더라도 다른 항목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강의에서 요구하는 학습의 양은 엄청나게 많았다. 다른 과목들은 과제를 내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 어색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교수님의 여러 노력들이 모여 양뿐만 아니라 질도 잡은 강의가 될 수 있었다.
강의를 들을 때 제일 처음으로 놀란 것은 강의노트 파일 뒤에 수록된 많은 참고문헌이었다. 강의 Chapter 하나하나마다 참고문헌이 7개, 8개를 넘어갔다. 강의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자료를 찾아 참고한 것을 보며 좋은 강의를 만들고 싶다는 교수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실은 직접 교수님께서 이 과목만을 위해 개조한 강의실이라고 한다. 조별 활동을 위한 넓은 테이블이 있었고, 각 테이블 별로 TV가 설치되어있어서 노트북이나 패드,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가 있었다. 보통 강의 중에는 전자기기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강의실에는 책상 한 가운데 충전기도 있어서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강의 내용의 몰입을 위해 활동 중 잔잔한 노래를 틀어주셨고, 가끔씩 노래 가사를 활용해 교수님의 생각을 말씀하시기도 했다. 노래를 실제로 강의에 접목시킨 것은 대학 이전의 수업들까지 모두 돌아봐도 없었다. 교수님께서 창의력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하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의는 영상자료와 사진자료를 풍부하게 활용한 ppt로 진행하여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알찬 강의노트 파일에는 강의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중간 강의평가 기간 때 강의평가의 참여를 자율에 맡기는 다른 강의와는 다르게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평가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리고 익명 피드백 내용을 스크린에 띄워서 모든 학생들과 같이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더 나은 강의를 만들고자 하는 교수님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원래 나는 '창의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겁부터 났다. 창의력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는 달라졌다. 이제는 창의력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알고 있고, 어떤 사고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창의성을 이끌어내는지도 알고 있다. 이 과목을 듣고 나서부터 창의력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창의적 사고훈련은 사고의 원리를 다루어 모든 사고의 질을 높여주는 필수적인 과목이었으며, 교수와 학생이 소통하며 진행하는 살아있는 강의였다. 학습의 양이 많아 솔직히 힘들었지만,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어떤 과목보다도 정직한 과목이었다.
이 과목에서 배운 도구나 개념은 같이 듣고 있는 다른 과목의 팀 프로젝트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내가 들었던 과목들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었고, 가장 많은 것을 배운 과목이었다.
언젠가 창의적인 사고가 절실히 필요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종강 이후에도 강의노트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 강의노트를 비롯해 창의적 사고훈련에서 배운 내용들은 앞으로 있을 역경들을 해쳐나갈 지혜를 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