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산학부대학은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으로서 신입생 및 재학생들을 위한 기초과목과 교양과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교양과목(Liberal Arts)를 제공하는 대학입니다. 제가 유학 시절에 미국 대학의 College of Arts and Science (우리나라로 치면 인문, 사회, 자연과학이 모두 모여 있는 문리대)를 접하면서 왜 Arts 라는 말을 쓸까 궁금해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아주대학교에 와서 교양교육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나서 Arts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시민으로서 공론의 장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arete’라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한 7가지 학문 -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천문학, 음악을 ‘artes liberales’로 가르쳤고, 지금은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및 예술을 가르치는 ‘liberal arts’, 즉 교양과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러한 과목들에 ‘liberal’이라는 말이 붙어 있을까요? 그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이러한 7가지 과목들을 노예가 아닌 시민 즉 자유인들에게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시민들만 이러한 과목들을 배울 특권을 누리고 직접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알게 되면 교양과목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노예제도가 없는 지금, 우리는 왜 교양과목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요? 하버드대학교에서 2007년도에 나온 보고서는 교양교육의 목표를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밑에,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이 말과 교양교육(liberal arts)의 역사를 함께 생각해 보면, 교양교육을 접하지 못한다면 익숙한 것들과 주입된 생각들, 나타난 현상들에 사로잡혀, 자유인으로 살지 못하고 남들에게 휘둘리며 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7세기의 스피노자와 20세기의 들뢰즈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욕망하는가? 라는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자들의 질문을 보면 인류문명이 시작되고 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의 시민들처럼 자유인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여러분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흔들어 버리고, 드러난 현상의 배후에 일어나는 것들을 알아보면서 주변의 생각들에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 여정에 다산학부대학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장 박 상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