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5.08.29] '김정은 방중' 사전 보고받은 이 대통령, 전승절 불참 선택한 이유는
- 서대옥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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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내달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이달 초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취임 후 대북 유화책을 펴고 있는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큰 전승절 기념식 불참을 결정한 데에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
28일 복수의 정보·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달 초 정보·외교당국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전승절 참석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보고받았다. 해당 보고에는 "중국이 올해 북중 협력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전면적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전승절을 계기로 고위(정상)급 교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도로 남북 정상이 마주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보고에 포함됐지만 이 대통령은 불참을 택했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전승절에 최초로 참석하더라도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불안 변수가 컸다"며 "우방국들이 대다수 불참하는 상황에서 자칫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모인 자리에 한국 대통령이 함께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②한미 정상회담의 일정 및 의제 조율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③동맹 및 우방국들이 주시하는 전승절 행사에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위해 참석하기엔 외교적 부담이 적잖았다는 설명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온갖 우려를 무릅쓰고 다녀온 결과를 보지 않았나"라며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있다 해도 이 대통령이 참석하기엔 부담이 컸다"고 분석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 계획을 사전 인지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일들의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며 "(한미 회담에서 논의가) 잘된 부분들에 대해선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국제 사회에서 '불법 핵무장국'인 북한 지도자가 26개국 대표가 모이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중국이 조성한 '반미 연대' 속에 북한의 외교력이 확인받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자리에 이 대통령이 참석을 결정했다면 중국 전승절 이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 극우 인사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친중'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연구센터소장은 "중국의 기본 목표는 한반도가 국가전략에 방해 요소가 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인 만큼 남북 간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전승절에 참석해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깨는 것이 실용외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