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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과학을읽다]합성생물학자 韓 집결…'창업·상용화' 새 길 닦는 신세대 과학자들

  • 첨단바이오융합대학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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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25/09/29)

[과학을읽다]합성생물학자 韓 집결…'창업·상용화' 새 길 닦는 신세대 과학자들


지난 26일 인천에서 폐막한 '한국생물공학회-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 공동학술대회(KSBB-AFOB 2025)'는 아시아 생물공학계가 국제적 위상을 드러낸 자리로 평가된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생물공학회와 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가 공동으로 주최해 세계 30여 개국의 연구자와 기업, 정책 관계자 3000여명이 참여했다.

합성생물학을 비롯한 첨단 생명공학 분야에서 최신 연구 성과와 산업화 사례가 집중적으로 공유되며, 한국과 아시아가 더 이상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연구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지난 26일 인천에서 폐막한 한국생물공학회-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 공동학술대회(KSBB-AFOB 콘퍼런스 2025) 행사장에서 신진 연주자 5명이 아시아경제와 만났다. 사진 왼쪽부터 신종식 한국생물공학회 미디어홍보위원장(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연영주 한국생물공학회 미디어홍보이사(강릉원주대 신소재·생명화학공학부 교수), 이정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권준표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손보람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교수, 김종화 아시아경제 기자, 정우빈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김지혜 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교수, 김준형 한국생물공학회 조직위원장(동아대 화학공학과 교수). 한국생물공학회 제공
합성생물학은 DNA를 프로그래밍 언어처럼 다루고 세포를 회로처럼 설계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단순히 유전자를 편집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구현할 수 있어 '생명공학의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불린다. 의약품,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신진 연구자들의 활발한 참여는 학문적 성과를 넘어 창업과 상용화, 윤리·안전 문제까지 포괄하는 차세대 과학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줬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최근 국제 생물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진 연구자 13명이 초청돼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 신진 연구자들 가운데 한국인 연구자 5명을 아시아경제가 만났다. 권준표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지혜 아주대학교 첨단바이오융합대학 교수, 손보람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교수, 이정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정우빈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가 그들이다.


권준표·김지혜 교수는 올해 3월 임용됐고, 손보람·정우빈 교수는 지난해 9월 임용돼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 5월 KIST에 입사해 근무한 지 이제 4개월째다. 5명의 연구자 모두 파릇한 새내기 연구자인 셈이다. 물론 석·박사 때와 박사 후 연구원 시절까지 합치면 연구 기간은 길지만, 독립된 연구 주체인 교수와 선임연구원으로서의 삶은 이들에게 또 다른 시작이다. 



김지혜 교수는 "공학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큰 흥미를 느꼈다"면서 "특히 문제를 깊이 탐구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이 저를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 교수는 임신·출산 후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아기들의 모유 섭취량을 측정하는 피부 부착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모자 건강 관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진보된 시스템의 제품으로, 현재 미국에서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며, 김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연구그룹에서 여러 기업과 상용화를 논의하고 있다. 


자신이 연구했던 분야가 "산모랑 신생아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분야는 굉장히 소외된 연구 분야였다"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이런 소외당하는 분야에서 제가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은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연구 윤리에 대한 고민도 깊다. 김지혜 교수는 모유 수유 여성 대상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면서 체액 데이터 보안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개인 동의를 반드시 받고 데이터를 연구 목적에 한정해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광범위한 데이터 활용 시에도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신세대 연구자들의 키워드는 "상용화, 창업, 데이터 보안, 융합 연구"다. 연구실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과 산업적 확장까지 포괄하려는 의지가 넘쳐났다. 부족한 연구비와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곧 사회적 기여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믿음으로 이들은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도전은 한국 과학기술의 내일을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