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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론] 전 세계가 법인세 내리고 있는데..

NEW [시론] 전 세계가 법인세 내리고 있는데..

  • 배안나
  • 2011-06-24
  • 29687

여당에서 내년으로 예정된 법인세율 인하계획을 철회한다고 한다. 또한 보편적 복지정책에 조금씩 입질하고 있다. 야당의 부자감세라는 반대논리와 부자복지라는 정치상품을 그대로 이식하려고 한다. 정당의 정책개발 방향은 한 시대를 보는 철학에서 나온다. 세금을 높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책이다. 정부를 천사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결과다.

현 정부는 대선기간 중에 많은 정치상품을 내세웠으며,대표상품은 기업친화적 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이었다. 세금을 낮추면 기업투자확대를 통한 성장이 가능하고,이를 통해 고용과 복지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MB노믹스는 작은 정부로 가는 길이었다. 국가의 전면에 기업이 나서고,정부는 뒷전에서 좋은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된다는 철학이었다. 이런 철학을 가졌던 여당이 내년 선거 일정을 앞두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

감세해서 부자 되자는 철학에서 나온 감세부자 정책이 야당의 부자감세비판을 수용했다. 또한 부자가 부담한 세금을 통해 부자복지로 확대하는 정책에 솔깃해하고 있다. 한 국가의 여당이 철학 없이 정치 생명 연장에 급급하다면,그 국가의 미래는 없다. 특히 세계 경제환경의 빠른 변화 속에서 작은 정부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면,그나마 이뤄놓은 압축성장이란 열매도 오래 가지 못한다.

1980년대 이후 세계는 개방화란 엄청난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한 국가의 경제시장은 국경에 한정되지 않고,전 세계로 확장됐다. 유한경쟁에서 무한경쟁으로 바뀌어,국가별로는 기회이면서 위기가 되는 세상이 왔다.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정부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정부끼리도 경쟁하며,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조세경쟁이다.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자국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동시에 세계의 자본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개방화가 시작된 198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이 48%였으나,30년이 지난 2010년에 26%로 인하됐다. 법인세율을 높이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는 산술논리를 모르는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법인세제를 산술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봐야 하는 세상이 됐고,이는 선택이 아닌,국가가 성장하려면 따라야 할 국제규범이 됐다. 법인세를 가지고 세수확보나 형평성을 논하는 세상이 아니다.

이런 시대정신에 맞춰 국민인식을 바꿔야 하나,정치권에선 오히려 부채질한다. 법인세율 인하가 부자감세란 형평성 논리로 둔갑하고,감세부자로 정책을 방어해야 하는 여당까지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다. 법인세는 기업과 관련된 사람이 부담하지,기업은 부담할 수 없다. 기업과 관련된 사람이란 주주,종업원,소비자,자본가들이다.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하는 특이한 세금이며,개방화된 세계경제 속에서 최전방에서 싸우는 기업의 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우리의 두 단계 법인세율 누진구조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위치인 반면,우리는 세계경제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들의 법인세율 체계는 누진구조가 아닌 단일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당의 정책에는 철학이 있어야 하며,이 시대의 철학은 작은 정부이다. 복지를 확대해 부자에게까지 보편적 복지를 하겠다고 하니,작년에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법인세 인하도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부자의 복지는 부자가 스스로 알아서 잘하니,정부가 쓸데없이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역량이 있으면 가난한 계층에 정책적 배려를 집중하면 된다.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제성장이 곧 복지정책인 것이 시대정신이다.


[한국경제 -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