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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기고] K팝 현지화, 韓流에 장애 될 수 있다

NEW [기고] K팝 현지화, 韓流에 장애 될 수 있다

  • 배안나
  • 2011-09-26
  • 30002

이달 초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 타운 라이브\' 공연에 15만여명의 관객이 모였다. 2007년 가수 비가 도쿄돔 공연에 4만여명을 모았던 것과 비교해볼 때 한국 가수들의 급성장세는 놀랄 만하다. 일본 콘서트 문화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15만여명을 모은 일은 마이클 잭슨 같은 세계적 스타나 일본 정상급 가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니 우리 대중문화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 대중가요가 해외에서 크게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現地化) 전략이다. 이는 10년 전 보아가 일본에 데뷔할 때 취했던 전략이었고, 한국의 정상급 가수들도 일본 무대의 경우 \'데뷔\'란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핵심은 노래를 일본어로 부르는 것이고 이를 통해 외국인, 특히 한국 가수라는 거부감을 지우면서 실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보아나 동방신기 등은 일본에 장기 체류하며 한국 가수들의 매력을 적극 알렸고 일본 팬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이 과연 K팝이 장기적으로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일까? 이번 공연에서 샤이니와 소녀시대가 일본어로 \'줄리엣\' \'키싱 유\'를 부르는 등 전체 56곡 중 17곡을 일본어로 불렀다. 물론 일본 공연이니만큼 일본어로 노래하고 말하는 것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팬 서비스 차원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 6월 파리 공연 직후 한류(韓流)의 세계화를 위한 3단계론을 발표한 바 있다. 1단계는 한국 작품을 수출하는 단계이고, 2단계는 한국인과 외국인 혼성작품 수출, 3단계는 현지 기획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그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단계이다. 그는 3단계의 한류 스타는 현지 아티스트나 현지 회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스타는 SM의 CT(문화기술)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지 가수가 현지 언어로 부르되 SM의 CT에 의한 것이면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처럼 원산지가 강조되지 않고 제작사만 중요시된다면 이것이 진정한 \'한류\'일까 의심스럽다. 이는 차라리 \'SM류(流)\'라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국내 히트곡을 일본어로 재녹음하는 일은 기본이 됐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카라의 \'제트코스터 러브\', 소녀시대의 \'미스터 택시\'처럼 처음부터 일본어로 신곡을 발매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처럼 일본어로 노래를 부르는 현지화를 가속화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한류가 아니라 일류(日流)에 기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이 일본어로 불리고, 이것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동남아 청년들이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된 K팝을 부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루브르박물관 앞에서 K팝 파리 공연의 연장을 요구하기 위한 플래시몹 시위에서도 일부 프랑스 팬들이 일본어로 된 \'미스터 택시\'를 부른 점을 생각하면 이를 가볍게 여길 상황만은 아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성공을 견인해 왔던 한류의 현지화가 이제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현지화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이어야 하고, 목표는 한국 문화의 확산이어야 한다. 한국을 올바르게 알려야 하고, 그 역할을 한류가 수행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인이 한국 가요를 한국어로 부르는 것, 이것이 진정한 한류의 지향점이 아닐까?


[조선일보 - 201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