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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우리 말과 글 바르게 쓰기

  • 배안나
  • 2011-10-17
  • 30543

지난 10월 9일은 우리 문자인 한글이 반포된 지 56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한글날에 대한 관심은커녕 한글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상 한글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이래 이 문자만큼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예도 드물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글을 만든 실제 주체가 세종대왕인지 집현전 학자들인지 혹은 이들의 합작품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문자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배경과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주자성리학 이외의 그 어떤 가치도 용납하지 않았던 완고한 지배층의 반발로 모든 백성들이 널리 쉽게 쓸 수 있게 해주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대부 집안 부녀자들에게 은밀히 전수되면서 ‘언문’, ‘암글’, ‘가갸글’ 등 불명예스런 이름으로 불리었다. 일제 식민통치기에는 일본어에 억눌려 역시 천대를 받아오다가 1920년대 후반 조선어학회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한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기념일도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해방 후에도 한글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사대주의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식자층의 한문에 대한 집착과 미국 등 서양에 대한 동경에 뿌리를 둔 외국어 숭배 풍조로 한글은 올바로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그런 속에서도 한글날은 해방 직후 국경일로 제정, 공휴일이 되었지만 1990년 산업생산력 증대를 위한 공휴일 축소라는 논리에 밀려 국경일도 공휴일도 아닌 기념일로 바뀌었다가 지난 2005년 다시 국경일로 복귀하였다. 그러나 이제 다시 공휴일인 국경일로 찾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제 한글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한글은 바로 인터넷 디지털시대에 가장 주목을 받는 문자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드라마와 음악, 춤 등 최근의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그 바탕에 한글의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인정을 받는 한글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에는 230여개의 국가에 약 70억 인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대략 6천800개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100여개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외부로부터 한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다. 말과 글은 서로 떼어놓을 수도 떼어놓아서도 안 되는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한글과 더불어 한국어 또한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은 어떠한가. 최근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의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이 위험수위를 넘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실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그 시절에는 욕을 하며 자랐다. 하지만 초등학생들까지 정도를 넘는 심한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데서나 거리낌 없이 마구 내뱉고 그러한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진다면 그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말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것이 타성이 되어버리면 여간해서는 고치기가 어렵다.

 

또한 우리의 글 쓰기 생활에서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즈음은 직접 펜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해도 살다보면 직접 글씨를 써야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잘못 쓴 글씨와 글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똑같이 괴롭다. 그래서 말하기와 쓰기 교육은 학교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어른들은 잘못된 점을 그때그때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줄 어른들이 없어졌다. 어른들 자신도 잘못 살다보니 바른 것 틀린 것을 구분할 능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TV 등 대중매체의 아나운서나 사회자, 출연자 등 인기인들이 잘못 쓰는 말이나 행동이 미화되는 정도이니 심각하게 따져볼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일보 - 20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