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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기고] 공유지의 비극 `풍력발전`

NEW [기고] 공유지의 비극 `풍력발전`

  • 배안나
  • 2011-11-15
  • 30587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투자비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2.5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 방침을 발표했다.

 

전력을 연간 6525 GWh 생산해 호남 전체 인구(494만명) 수요를 충당할 수 있고 누적 매출 42조원, 신규 고용 창출 7만여 명에 달하는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로 실현 가능할까. 그 대답은 아직은 이르다. 다만 우리 기술력과 산업 성숙도를 감안할 때 너무 갑작스러운 측면이 많다.

 

한 예로 세계 해상풍력 설비는 3.5GW 수준인데 우리가 일거에 2.5GW 증설한다는 것은 타당한가. 물론 정부는 향후 세계 해상풍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확신한다지만 풍력 중심지인 유럽발 경제위기 지속,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 에너지 전망에서 강조된 석유시대 연장 가능성, 신에너지 기술 혁신의 한계 등 최근 시장 변화를 감안하면 아직 모른다.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풍력 강도와 방향 변화가 심하고, 선진국 대비 절반 수준인 기술력과 터빈 등 핵심설비 제조 능력 부족으로 투자 타당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육상풍력 발전 단가는 원자력 대비 4~5배, 화력발전 대비 2배에 달해 투자비는 물론 운영비를 정부 보조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현 수준으로 보조금이 지속되어도 투자비 회수는 설비 수명기간에 근접하는 평균 15년 정도 걸린다. 더욱이 해상풍력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비가 급증하고 특수 재질 설비 보강이 불가피하여 투자비는 더욱 늘어난다. 이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기 위해 투자 집중화 전략 도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총사업비 중 정부 투자가 3%에 불과해 민간 투자가 부진하면 국내 시장과 고용 창출 효과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장밋빛 환상에 앞서 설비와 기술에 대한 대외 의존도 증가 등과 함께 막대한 매몰비용 유발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해상풍력 대형화 전략이 조급하게 제시되었는가.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녹색성장전략 실패 방지를 위한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DP)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 GDP 대비 2% 이상을 녹색투자에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온실가스 배출규제대상국이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2020년까지 30% 감축을 공약했다. 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였으나 현재까지는 큰 성과가 없었다. 이에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 도입이 불가피하고 발전회사 등에 대해 먼저 강제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비를 전기요금에 전가할 제도적인 장치가 아직 없기 때문에 발전회사들은 해상풍력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대규모 발전을 통해 공급 의무를 충족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경제성을 정부는 해상을 `주인 없는 공유지(Common)`로 간주하는 가운데 발전회사들에 사적 이윤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간접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간접지원은 정부 투자 부족을 보완하고 관료 주도 능력을 강화한다. 이제 해상풍력은 서해안 갯벌 황폐화 염려 때문에 제동이 걸린 조력발전사업과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 같다. 그 결과는 우리 해상풍력 전략이 사회 공동체 재산에 대한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가 초래하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실에서는 어쩌면 호남 지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고 국내 대체에너지 산업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또한 매몰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전력요금 인상으로 온 국민에게 장기간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과시적 녹색전략을 중지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녹색리더를 양보하고 존경할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매일경제 - 201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