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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론]내년 예산안 깐깐하게 심사하라

NEW [시론]내년 예산안 깐깐하게 심사하라

  • 배안나
  • 2011-11-23
  • 30365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 15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를 거치면서 당초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규모 326조1000억 원보다 8조6499억 원(2.7%) 늘어난 334조7499억 원이 됐다.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불안한 세계경제에 대처하기 위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를 거치면서 증액된 예산 분야를 보면 사회간접자본과 복지에 집중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지만 예산 증액을 놓고는 조그만 잡음도 없었다.

상임위 거치며 선심성 예산 8조 증액

예산 배분의 경제논리는 국민 전체의 공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산의 기회비용은 세금이다. 세금이 곧 예산이지만 실제로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은 예산액보다 크다. 세금으로 인해 국민이 일하려는 의욕을 어느 정도 잃게 되고 그만큼 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렇게 비싼 비용을 치르고 확보된 예산을 배분할 때는 공익이라는 엄격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예산 배분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내년은 국회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결정되는 해다. 개별 국회의원의 처지에서는 공익 이념 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이다. 정당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므로 여야가 항상 경쟁한다. 그러나 정치생명이란 측면에서 여야 의원들은 똑같은 이해관계를 갖는다. 즉 지역주민들의 표를 얻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지역 유권자들은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살기 힘들어 정치상품(정치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따라서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 해당지역에 새 도로를 만들거나 복지라는 이름으로 돈을 더 뿌리는 것이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면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지만 지역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해당 지역민들에게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는 경제논리로 보면 잘못된 예산 배분이지만 정치논리로 보면 합리적이다.

예산정책은 결국 정치적 결정이다. 정치생명이란 사익을 우선시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상임위의 증액된 예산 배분은 지극히 합리적 선택이다. 분명 공익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예산 배분이지만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정치구조는 민주주의의 한계다. 여당과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들이 다른 관점에서 논쟁함으로써 공익에 더 근접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그러나 예산 배분에 있어서는 여야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본인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으므로 ‘나눠먹기’ 식으로 쉽게 타협한다.

국민들 예결위 심사 똑똑히 지켜봐야

상임위를 거치면서 증액된 예산은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특정 지역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산 배분의 주체인 국회의원은 공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익을 우선시한다. 국회의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고, 실제 예산이 배분되는 정치과정을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익을 위한다는 믿음을 가지면 국민 감시의 끈이 느슨해진다. 국회의원의 사익 추구 행위를 공익으로 바꾸려면 국민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 상임위를 통해 증액된 사업을 건별로 수혜지역과 해당 국회의원을 연계해서 봐야 한다.

이제 공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졌다. 나무공과 쇠공은 재질이 다르지만 중력법칙으로 지상에 낙하하는 속도는 똑같다. 여야 국회의원의 국정운영 철학은 다르지만 사익 추구란 법칙에 따라 상임위를 거치면서 예산은 순조롭게 증액됐다. 이제 예결위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내년 예산을 깐깐하게 심사하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동아일보 - 2011.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