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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NEW [칼럼]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 배안나
  • 2011-12-12
  • 32833

오는 12월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라 불리우는 외국 이주민 가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시화, 산업화에 밀려 신부감을 구할 길이 없는 농촌 총각들을 위해 연변처녀들과 짝을 맺어주는 사업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절차를 밟아 정착하는 외국인은 불과 20년 사이에 이제 그 숫자가 130만을 넘는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들의 출신지역을 보면 중국(조선족, 중국인),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 1~2년 전부터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네팔,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외국인 여성들이 이주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외국인의 국내 이주현상은 처음 출현한 것이 아니고 과거 우리 역사기록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의 귀화인들에 관한 기록이 그것이다. 10세기 초 고려 건국부터 14세기 후반 조선 건국 이전까지 400여년 동안 우리 민족은 외부로부터 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였다.

 

고려 초기에는 중국계 지식인이나 상인들이 왔고, 뒤를 이어 북방에서 발해유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발해유민들 가운데는 고구려계도 있었지만 만주일대에서 살았던 여진계가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거란계 이주민들도 있었고, 남쪽에서는 왜(倭)로 불리던 일본계도 이주해왔다. 후기인 13세기 이후 몽골의 영향 하에 들어가면서 몽골족은 물론 색목인, 동남아인 등 더욱 다양한 귀화인들이 들어와 정착을 했다.

 

한국 역사상 10세기 전후 시기부터 14세기 말까지 고려시대를 중심으로 약 500년간은 국외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함께 살았던 개방사회였다. 그러므로 무신란과 무인집권기를 제외한 이 시기는 다양성과 독창성이 한껏 빛을 발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14세기 말 조선의 건국으로 성리학의 세상이 된 이래 서구열강과 일제의 강압에 의해 개국이 되는 19세기 말까지 500년간은 오직 이념과 정쟁과 갈등이 만연했던 폐쇄된 사회였다.

 

외부로부터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은 물론 중국을 제외한 그 어느 곳과도 문물의 교류가 금지되었던 시기였다. 그 이후 우리는 일제의 식민통치와 해방 그리고 전쟁과 분단, 외세의 간섭으로부터 아직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인 오늘로 이어져왔다.

 

비록 과거 우리 역사 사실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엄청난 기세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다문화 사회의 실체를 접하면서 이 시대의 우리 모두가 지금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 속에서 우리 가운데 굳어져 있는 아집과 잘못된 편견들을 바로 잡는 작업은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한때 우리는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자랑스러워했던 시기가 있었다. 모두가 단군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한 민족, 한 자손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과거의 단일민족론이나 순혈주의는 특히 정치적, 이념적인 목적을 위해 철저히 이용되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독립운동기 우리는 일제의 조작된 민족우월주의에 맞서 싸우며 더욱 강하고 철저한 단군의 후손이 되었고, 근거 없는 단일민족주의자들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바로 이러한 잘못된 편견과 아집이 인종주의적 배타성으로 이어지고, 특정 인종, 특정 민족에 대한 멸시와 냉대로 표출되었다. 최근 다문화 가정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이혼률 급증, 가정 폭력, 가족 간의 불화 등이 꼽히고 있다. 물론 이에 앞서 언어와 문화의 이해부족,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가 해소되어야 할 선결과제이겠지만 앞으로 보다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혼혈아인 자녀교육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이러한 근본 문제들에 대하여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위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관심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경인일보 -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