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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월요논단] 기적을 낳는 "감사합니다"

NEW [월요논단] 기적을 낳는 "감사합니다"

  • 배안나
  • 2012-01-09
  • 28845

동사섭이라는 행복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는 용타스님이 젊었을 때 경상남도 함양의 용추사라는 작은 절에서 주지를 맡고 계실 때 이야기다.

 

그때는 단식에 심취하여 절에 찾아오는 불도들에게 단식을 권하여 병을 고치곤 하였다. 하루는 삼십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인이 두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와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였다.

 

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해 있는데 아무래도 단식으로 고칠 병이 아닌 듯싶었다. 찬찬히 사연을 들어 보니 유복자 아들하고 결혼해서 생긴 병이었다.

 

시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이혼을 각오했는데 이걸 어쩌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의 몸이 말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아 겨우 미음으로 연명할 뿐이었다.

 

용타스님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부인, 내가 반드시 부인의 병을 낫게 해주는 비책을 일러줄 터인데 어떤 것을 시켜도 그대로 하겠소."

 

"제 병이 낫는다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스님의 처방은 이런 것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세 번 소리내어 말하고, 점심 먹고 나서는 100번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다시 세 번을 반복한다. 달력을 하나 마련하여 감사하기를 마치면 그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여 30일은 꼬박 채운다. 하루를 빠지게 되면 3일이 연장된다.

 

이 처방전을 들은 부인은 즉각 반발했다. 전혀 감사하지 않는데 어떻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느냐는 것이었다. 두 시간 물동이 이고 와서 108배하는 것도 하겠는데 이것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훌렀다. 그리고는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스님, 제가 속으로는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겉으로만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도 됩니까?" 스님의 대답은 예스였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잔뜩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

 

2주쯤 지났을까.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한 여인이 절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부인이었다. 스님은 내심 걱정했다. "뭐가 잘못됐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부인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스님. 이상한 일이 생겨서 보고를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찾아왔습니다.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다가 차차로 욕하는 게 없어졌고… 하루는 시어머니가 밭에서 일하다 소나기를 맞고 집에 들어와 마루에 걸터앉았는데 불현듯 젖은 발이 눈에 들어오면서 \'저 발을 닦아 줘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닦아 드리려 했더니 시어머니가 \'웬 일이냐\'며 도망을 치데요. 그 다음에는 어느 날 저녁 피곤한 몸을 방바닥에 눕히고 있는 시어머니가 문틈으로 비치는데 \'가서 다리를 주물러드려 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다짜고짜 들어가 시어머니 다리를 주무르려 하니 그 때 시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면서 \'얘야 내가 잘못했다\' 하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둘이는 서로 보듬고 통곡을 하고 말았지 뭡니까. 그 다음날 밥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밥이 넘어가고 입맛이 도는 것이었어요. 스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요."

 

그리고는 부인이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스님께 바쳤다. 스님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부인의 병이 치료되었던 것이다.

 

마음이 있으면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더러는 마음에 없더라도 표현을 먼저 하고 행동을 먼저 보이면 마음이 바뀌게 되고 기적도 만들어 낸다. 주변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속으로는 미워하더라도 겉으로 "고맙다" "사랑한다"를 자꾸 표현해 보라. 당신에게도 기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경인일보 - 2012.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