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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경기일보-아침을 열면서] 어른이 있는 사회는 밝다

NEW [경기일보-아침을 열면서] 어른이 있는 사회는 밝다

  • 배안나
  • 2012-02-13
  • 28736

집 가까이 있는 동네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이른 새벽에 다니다 보니 어린 아이나 젊은 층보다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과 중 장년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가면 으레 마주치는 몰상식한 이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들어오자마자 몸을 씻지 않은 채 바로 욕조 탕 속으로 뛰어들거나 지저분한 수건을 물이 넘치는 욕조 언저리에 던져놓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는 칫솔을 입에 물고 샤워기 물을 튼 채 서서 한없이 이를 닦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새벽부터 무슨 봉변이나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참다 보니 점차 신경이 무뎌지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겪었던 황당한 일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새벽 시간이지만 가끔은 집에 못 들어가고 함께 외박을 한 대학생이나 젊은 회사원들이 어울려 오는 경우도 있다. 그날도 젊은이 서너 명이 들어와 한참을 시끌벅적하더니 그 중 한 명이 내가 혼자 앉아있는 건식사우나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바닥에 가래침을 내뱉었다. 순간 깜짝 놀란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아니, 거기다 침을 뱉으면 어떻게 하나. 여러 사람이 쓰는 밀폐된 방이잖아.

 

당장 물 떠와서 닦아내게!” 내 질책 소리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끝까지 고개만 숙이고 앉아 있었다. 반항하는 것도 반성하는 것도 아닌, 마치 선생님께 야단맞는 학생처럼.

 

존경할 어른이 사라진 요즘 사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걸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함께 살아가면서 모르거나 잘못된 것을 보면 가르쳐주고 바로잡아주면 된다. 그런데 잘못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경우라면 그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훈련이 안 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 염치고 체면이고 모두 던져버리고 모두가 자기 편한 대로만 살아가려고 한다면 그런 세상은 지옥이나 연옥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요즘 우리 주변에는 어른이 없다. 언제부턴가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줄 어른들이 사라져버렸다. 세상살이에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깨우치게 해주는 모범으로서의 어른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효율과 능력만을 따지는 사회에서 인성이나 품성 같은 것들은 잊힌 지 오래다. 이미 우리 가정의 부모들은 물론 학교의 선생님들조차 스승으로서의 역할에서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그 원인이나 책임이 어디에 있든 간에 우리는 이미 걸어야 할 바른길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고 말았다. 오늘의 노인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때 스스로 만들었던 덫에 치어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딱한 존재가 되어 뒷방으로 물러났다.

 

노인들 사회 참여 기회 주어져야

 

그래서 어른이 없는, 어른을 부정하는 세상 속에서 자라 성장한 오늘의 지도층이라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는 물론 학교사회의 교육자,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온 국민이 모두 반인륜, 반도덕의 오물통 속에 거꾸로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처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를 한탄하거나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그 정확한 원인과 올바른 해법을 찾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의학 발달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평균 수명 1백세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고도 한다.

 

노인들 스스로 존엄성을 찾을 수 있도록 예우하고 재교육과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보호함은 물론 가정과 사회, 학교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단순 노동이 아니라 자발적 활동을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다시 어른이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참 어른이 있고, 그 어른을 공경하고 따르는 사회 그 속에 우리의 밝은 미래가 있다.

[경기일보 - 201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