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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론] 나라 망치는 ‘먹튀 票퓰리즘’

NEW [시론] 나라 망치는 ‘먹튀 票퓰리즘’

  • 배안나
  • 2012-02-15
  • 29076

정치권에서 야기된 포퓰리즘 정책이 무상복지 경쟁에서 이젠 제도경쟁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제도경쟁은 복지포퓰리즘 경쟁보다 더 위험한 경쟁이다. 복지포퓰리즘은 아까운 재원을 낭비하지 말자는 차원이지만 제도경쟁은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깨버리는 것이다. 저축은행 피해 구제법안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부에서 정하는 법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 구제에 대한 원칙이 있음에도 정치일정으로 표가 필요하다고 해서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면 금융시스템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런 피해가 날 때마다 ‘왜 그때는 해줬는데, 우리는’이란 질문 하나에 금융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위험이 없는 저축은행이 존재하면 금융권의 전체질서는 무너지고 만다. 제도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게 된다. 그래서 잘못된 제도는 국가의 성장이 아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왜곡된 방향으로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 수요와 공급 간에 이루어지는 시장가격이다. 이 가격을 정부가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가 어떻게 원가를 산정할 수 있으며, 시장의 외부환경이 변할 때마다 탄력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또한 정부가 결정하면 이해 당사자는 끊임없이 로비할 것이고, 로비에 따른 부작용으로 공직자 및 정치권의 비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에 표가 필요하다고 정치권에서 스스로 원칙을 허물어버리면 한국의 경제질서는 혼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시장경제의 기본 틀을 깨버리는 제도를 서슴없이 입법화한다. 지금 정치권에선 시장실패를 강조하면서 정부개입을 착한 정책인 양 정치상품화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시장이란 나쁜 메커니즘을 정부라는 천사가 교정한다는 구조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분별없이 내놓은 정책을 보면 분명 ‘정치실패’를 실감하게 한다. 국가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표가 된다고 하면 경제적 합리성에 어긋나는 정책을 상품화한다. 경제적 합리성 측면에서 정치인들의 정책경쟁을 보면 암울하지만 정치적 합리성 측면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표 많은 이해집단에 제도적인 편익을 제공함으로써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시장실패에는 이를 교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많이 언급한다. 주로 정부가 나서 시장을 교정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 정책의 실패로 우리 경제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분명 막아야 한다. 정치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는 기껏 4년 혹은 5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좀더 먼 미래를 보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 정치인은 집권만을 본다. 정책도 집권을 위한 하잘것없는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를 양극화로 이분화하고 대립과 분열시켜 분노와 증오에 편승해 표 많은 쪽으로 정책을 입안하기만 한다. 표만 얻어 4년 혹은 5년 동안 정치 기득권을 즐기다 때가 되면 ‘먹고 튀는 그룹’이 정치인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책 입안하는 수준을 보면 차이가 전혀 없다. 그래서 한국은 현재 위기이다.

 

무엇보다 이제 한국은 선진화를 위한 정책선택에 모든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결코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시장경제의 근본 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정교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감성적 구호차원에서 세몰이식 정치경쟁의 일환으로 작동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계 흐름과 역행하고, 원칙 없는 정책을 입안해 ‘먹튀’하면 되지만 선진화를 앞에 두고 한국경제의 성공신화가 꺼지는 암울한 현실은 어쩔 것인가.


[세계일보 - 201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