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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론] 부패 없애야 여성 대통령 성공한다

NEW [시론] 부패 없애야 여성 대통령 성공한다

  • 이지윤
  • 2013-06-10
  • 27545
국민들은 새정부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낙마와 자진사퇴를 보면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성 대통령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이게 당선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여진다. 남성 중심의 마키아벨리적인 권모술수와 음모의 정치가 사라지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부패 없는 정치가 자리 잡아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국민은 기대하는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여성 대통령의 출현은 역대 어떤 남성 대통령도 이룩하지 못했던 부패 없는 정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부패는 흔히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하여 금품을 받는 것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부패근절은 이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부패의 범위는 단지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정치인이나 관료의 부패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학위논문 대필시키기, 재벌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가 후려치기 및 기술 도용하기, 직장인들의 근무시간 주식투자, 식품업자의 불량제품 제조 및 판매, 예체능계의 입시부정, 시험 부정행위 등의 현상들도 넓은 의미에서 부패라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은 사람은 누구나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일, 즉 기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였으며, 사람들이 각 자 맡은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된다고 설파하였다. 플라톤의 사상을 빌려 우리 정치를 분석하면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은 뇌물을 받지 않고 공직을 공정하게 이행하고, 일반 국민들은 자기 재능과 능력에 가장 알맞은 일을 성실히 할 때 우리나라가 정치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플라톤이 꿈꿨던 이상사회인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의 중심국가군에 포함되려면 넓은 의미의 부패없는 국가는 필수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회에 어느 정도의 부패는 허용되어야 하며 부패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패는 뇌물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는 넓은 의미의 부패로 확산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큰 부패는 작은 부패를 낳으며, 작은 부패가 사회전체에 퍼져 국민들은 부패를 부패로 여기지 않고 부패에 무감각하게 되며 부패가 일상화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남성보다 인맥, 학연, 지연에 약하다. 이 말은 여성은 남성보다 인맥,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여성 대통령은 여성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어 남성이 지배했던 한국정치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여야 한다. 그러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감각하게 퍼져있는 넓은 의미의 부패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관습과 관례로 여기며 별다른 저항감 없이 널리 퍼져 있는 부패를 허용하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대통령 주변과 사회지도층이 부패하지 않으면 국민들도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게 된다. 지도층이 법과 원칙을 지키면 국민들도 법과 원칙을 지키며 땀 흘려 열심히 일한다. 각자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돌아온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국정목표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국정목표의 달성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가 없어질 때만 가능하다. 살기 좋은 세상에는 부패가 없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은 강한 의지를 갖고 여성이기에 더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패척결을 국정의 기본으로 삼아 국정목표를 추구하길 바란다.
 
[한국일보 2013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