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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의적 인재가 사라지는 이유

NEW [칼럼] 창의적 인재가 사라지는 이유

  • 이지윤
  • 2013-06-24
  • 27021

기업이나 조직의 많은 리더와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푸념을 한다. 우리 조직에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놓는 인재`가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조직에는 애초부터 그런 아이디어와 인재가 없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남게 된다.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심리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직 스스로 그들을 없애버리거나 체계적으로 배제해 나갔다는 것이다. 물론 조직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어떻게 그런 과정이 진행됐을까.

먼저 가치 상승(valuation)과 가치 감소(devaluation)라는 두 개의 기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목이 마르면 내 눈에 띄는 음료수의 가치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음료수의 가치가 상승한 크기보다, 책ㆍ전화기ㆍ가구와 같이 갈증과 같은 지금 당장의 욕구 해소와 관련이 없는 대상들의 가치가 더 크게 감소한다.

다시 말하면 목마른 사람에게 음료수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 음료수 자체의 가치가 심리적으로 상승한 결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음료수 주위에 있는 (갈증 해소와 상관없는)다른 사물들의 가치가 훨씬 더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가치 상승보다 더 강한 가치 감소의 효과`라고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가치 감소의 효과가 언제 가장 강력하게 일어나느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언가 부족하고 없어서 그것을 보충하거나 채워 넣으려고 할 때다. 반대로 무언가 특별히 부족한 것은 없지만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어떤 것을 찾을 때는 가치 감소 효과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조직이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혹은 인재들의 가치를 언제 어떻게 깎아내리고 더 나아가 이들을 쫓아내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목마름과 같이 무언가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급박한 목표가 만들어지고 이 목표를 향해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고 제시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급박한 목표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의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절하된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 필요 없어 보이고 밉상이며 결국에는 내쫓고 싶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조직이든 이런 사람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특히 무언가를 조직이 긴급하고 일사불란하게 추구하고 있을 때 더더욱 이런 장치나 수단이 필요하다. 좋은 방법은 이런 상황에서 인사평가 시스템을 잠시 중단하거나 완화시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상을 줄 사람과 업적만 찾고 처벌 등 마이너스 요인은 최대한 덜 보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이런 실수들이 자주 눈에 띈다. 투수나 타자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프로 야구팀의 위기감이 절실할수록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의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몇 년 내에 크게 후회할 트레이드를 하곤 한다.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협상과 거래, 혹은 인사에서 이러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무언가 절박한 일을 할 때일수록 그 일과 상관없어 보이는 조직 내 사람들의 가치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