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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기고] 시멘트산업, EU를 배워라

NEW [기고] 시멘트산업, EU를 배워라

  • 이지윤
  • 2013-09-27
  • 28907

지난해 5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제도)'이 제정.공포됨으로써 2015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정부는 관련 세부지침 작성과 함께 연말까지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과 내년 중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크게 '할당' '거래' '의무준수'로 구분되는데 단연 중심 화두는 '할당'이다. '할당'은 배출권거래제도 준비단계의 핵심이며 '거래'와 '의무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할당'을 위해서 두 가지 결정이 필요한데 배출허용량의 크기(할당량)와 배출허용량에 준하는 배출권의 할당방식이 그것이다. 또 이 두가지 방법을 동시에 검토해야만 제도의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발표된 법령에는 배출권 할당방식을 규정하는 조항은 다수 있지만 업종 수준의 배출허용량을 결정하는 완전한 정보나 규정은 없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평가는 무의미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시스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할당계획 수립은 유럽연합(EU)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변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EU처럼 비용을 실시간으로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전력시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출중심형 경제구조라서 수출집약 산업군에 높은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할당량 결정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발전을 제외한 내수산업을 배출권거래제도하의 구매자로 설계할 가능성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이 대안이 선택된다면, 내수산업은 감축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격상승으로 국내 내수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럴 경우 국내 물가상승과 국내 내수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도 고민해야 할지 모른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내수산업은 바로 시멘트산업이다. 시멘트산업은 201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4100만t 수준으로 국내 제조업 중 철강, 석유화학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기간산업이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그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 남은 것이라곤 정부 규제 변경이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동반돼야 실현될 수 있는 어려운 감축활동만을 남기고 있다. 추가 감축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앞선 가정처럼 시멘트산업을 내수산업으로 분류하고 배출권 매수자 역할로 할당량을 분배한다면 막대한 배출권 구매비용이 고스란히 시멘트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가격수준이 비슷한 중국으로부터 시멘트 수입 증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U는 기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시멘트산업을 대표적인 보호산업, 즉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비용 상승 시 자국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배출권거래제도하에서 시멘트산업을 배려하고 있다. 실제 EU는 시멘트업종을 위한 무상할당 업종선정기준(생산비용발생도 30%)을 마련했고 할당량도 당연히 수출산업 수준으로 적용받고 있다. EU의 많은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도 설계단계에서 정부의 철학이 개별 기업의 경영전략과 동일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국내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열의와 산업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지원이 함께한다면 국내 시멘트산업은 반드시 환경 친화적인 재도약에 성공할 것이다. 

박영구 아주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부 특임교수

[파이낸셜뉴스 201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