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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CEO…왜?

NEW [칼럼]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CEO…왜?

  • 이지윤
  • 2013-09-30
  • 28197

리더는 아랫사람들에게 이런 비판을 뒤에서 들을 때가 정말 자주 있다. "그는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니까.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 이런 불만이 조직 내에 만연한다면 좋을 리가 없다.

그럼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말고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상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무언가 좋지 않은 A의 반대인 `Not A`를 하면 바로 고쳐진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의 사고과정이 지닌 복잡성과 정교함을 너무나도 얕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보자. 각각 `A` `3` `J` `4`라고 적혀 있는 4장의 카드가 있다. 만약 이 4장이 "카드의 한 면에 모음이 있다면, 뒷면에는 홀수가 있다"는 규칙에 부합되게 제작되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2장의 카드를 뒤집어 봐서 알 수 있다면 어떤 카드를 확인해 봐야 할까. 사람들은 대부분 `A`와 `3`이라고 답한다.

`A`는 정답이다. A가 모음이니까 뒷면에 홀수가 제대로 있는지 짝수가 있어 규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을 확인하는 것은 오답이다. 왜냐하면 그 뒷면에 모음이 있던 자음이 있던 `모음 뒤에는 홀수가 있어야 한다`는 규칙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3`을 확인했는데 뒤에 짝수가 있다 하더라도 `자음 뒤에는` 혹은 `홀수 뒤에는` 등의 규칙은 검사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정답은 맨 마지막 카드인 `4`를 넘겨보는 것이다. 거기에 모음이 있다면 규칙대로 제작이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A`는 잘 짚어 내는데 `4`를 골라내기는 어려워하고 `3`을 자꾸 기웃거린다는 것이다. `A`는 내 가설이나 생각(즉 규칙)을 확증할 수 있는 경로이고, `4`는 내 가설을 반증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확증하는 것은 잘하는 반면, 내 가설을 반증하는 기회나 대상은 잘 보려하지 않기 때문에 확증도 반증도 아닌 무의미한 `3`을 자꾸 살펴보려 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간단한 논리학을 해보자. "P이면 Q이다"라고 했을 때 P가 있다면 Q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한 면이 `3`인 카드는 "P이면 Q이다"라고 했을 때 Q가 주어진 것과 같은 구조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꼭 P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참과 거짓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카드를 확인해 보려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이 결과에 해당하는 현상을 보게 되면 그걸 만들어 내는 원인들은 다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신념이나 믿음 속의 원인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정리해보자. "직원들에게 강한 채찍질을 해야 실적이 올라간다"는 신념을 어떤 CEO가 강하게 가지고 있다. 이 CEO는 채찍질을 해 놓고 실적이 올라가는지 여부를 유심히 볼 것이다. 문제는 올라간 실적을 받아들고는 덮어놓고 채찍질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신념을 확증도 반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들만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래서는 발전이 없다.

자신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으라고 말해주는 결과나 증거들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차라리 실적이 올라가지 않았을 때 채찍질을 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검증해 볼 수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