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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사 물먹인 직원 다시 받아들일때…용서의 기술

NEW [칼럼] 상사 물먹인 직원 다시 받아들일때…용서의 기술

  • 이지윤
  • 2013-10-07
  • 28298

어떤 리더나 최고경영자(CEO)든 자신이나 조직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신의를 저버린 사람을 다시 받아들여야만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이른바 `용서`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마냥 덮고 넘어갈까. 아니면 엄청나게 혼을 내준 뒤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분명히 받고 난 다음에야 용서해야 할까.

전자의 방법을 택하자니 너무 쉽게 넘어가 훗날 또 다른 배신이 걱정되고, 후자 방법을 취하자니 악감정을 품을 것 같아 마찬가지로 또 다른 미래의 배신이 염려된다.

사실 용서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용서하는 마음 자체를 먹기도 힘들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더더욱 어렵기만 하다.

심리학자들은 여기에도 지혜로운 길이 있다고 알려준다. 기존에는 단순하게 용서하려는 마음의 정도를 어떤 사람의 성격 차원으로 연구해 왔다면 최근에는 훨씬 더 정교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치밀한 연구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그 좋은 예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심리학과 대니얼 몰든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지금까지 해 온 이른바 `용서의 방법`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실마리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서에도 방향과 그에 따른 마음가짐이 각각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배신한 상대를 용서하는 두 가지 경로`에 관한 이야기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더 이상 배신을 하기보다는 앞으로는 무언가 이익이나 즐거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trust)을 통해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기대할 만한 것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필자를 비롯한 관련 연구자들은 이를 `상승적 용서`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그 관계를 손상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관계에 대한 헌신과 약속(commitment)을 이끌어내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이다.

이는 상대와 관계가 사라지면 내가 받을 피해나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분명할 때 쉬워지는 용서다. 이는 `예방적 용서`라고 부른다.

따라서 나와 상대방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승`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예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이 관계 유지를 통해 여전히 좋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지향하는 정서는 행복ㆍ기쁨 같은 것이어야 하며, 따라서 상대방 배신으로 인해 내가 느끼는 반대 정서인 슬픔이 강조돼야 한다.

반면 이 관계가 결국 사라지게 됨으로써 좋지 않은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지향하는 정서는 안도감이나 안정이 돼야 하며 상대 배반으로 인해 내가 받는 정서는 분노와 화라는 것이 알려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호환성을 맞추지 않으면 용서의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반감된다는 것이다. 기껏 마음먹고 용서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해 상처를 받고 또 분노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지금까지 일어났던 그 많은 `배신의 반복`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서 이러한 미스 매치가 있지 않았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고 미래의 용서를 조금 더 정교하고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보시길 바란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