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떠나는 직원에 무조건 덕담은 毒

NEW [칼럼] 떠나는 직원에 무조건 덕담은 毒

  • 이지윤
  • 2013-10-21
  • 27805

어떤 조직이든 몸담고 있던 사람을 퇴직, 전직, 이직 혹은 전근 등 다양한 형태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에게 더욱 중요한 다음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떻게 떠나 보내느냐이다.

물론 단순히 즐거운 해피엔딩으로서의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별에 있어서도 지켜야 할 중요한 몇 가지 원리가 있으며 이는 인간의 삶과 행동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 원리에 부합돼야 한다.

먼저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이 세상의 일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바로 촉진과 예방이다. 촉진은 무엇인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통해 개인과 조직으로 하여금 무언가 바라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생각과 행동을 아우른다. 반면 예방은 글자 그대로 무언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막고 나 혹은 우리로 하여금 부정적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늘 미리 대비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모든 것을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후자는 무언가를 안 만들어 내는 것에 그 역할의 초점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주로 했던 일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평가를 들었을 때 `아, 이 조직은 나를 제대로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더 큰 동기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나 역시도 조직이 제대로 평가하고 그 역할을 알아주겠구나`라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조직에 헌신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좋은 말도 일의 종류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 예방하는 일에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평가는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이어야 하고 촉진에 더 많은 힘을 기울였던 분들께는 "당신으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누렸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방향성에 불일치가 일어난다면, 떠난 자에 대한 평가를 조직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현재의 구성원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심어줄 수 있다.

예방을 위해 일했던 분들을 `계셨기에 좋았다는` 촉진의 말로 평가하면 역할 평가를 제대로 못한 조직이나 리더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좋지 않은 무언가를 실제로 일어나지 않게 만든 사람의 업적은 말 그대로 `없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억지로 무엇인가 공(功)을 만들어 칭송하려 한다면 결국 과장이 된다.

반대로 촉진의 역할을 했던 분들을 `없으면 안 되는` 예방의 말로 평가하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한 적절한 집중을 못 하게 되니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 모두 허탈하거나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떠나는 사람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곰곰이 살펴보고 그 방향과 일치하는 평가를 조직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떠나는 사람은 보람을, 남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이정표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위로나 덕담이 좋은 리더를 만들지 않는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