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똑같은 손해라도 해결은 다르게

NEW [칼럼] 똑같은 손해라도 해결은 다르게

  • 이지윤
  • 2013-11-04
  • 26660

인간은 어떤 대상이든 행동이든 거기에 `제목`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제목이 달라짐에 따라 같은 것도 전혀 다르게 취급하게 된다. 때로는 이 `다른 취급`이 불러일으키는 차이는 우리가 손해를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다음 사례를 보자.

-당신은 10만원이 든 지갑을 들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표는 1만원이다. 그런데 가는 길에 돈 1만원을 잃어 버렸다. 그래도 영화를 보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그래도 영화는 보겠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다음 사례를 보자,

-당신은 10만원이 있는데 영화표를 1만원을 주고 미리 사뒀다. 따라서 지갑에는 9만원과 영화표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관에 도착한 후 영화표를 잃어버린 걸 알았다. 영화표를 새로 사서 영화를 보겠는가.

재미있는 건 이 상황에서는 다시 1만원을 내고 영화표를 사겠다는 사람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러나 두 상황 모두 1만원 손실을 본 것이고 여전히 지갑에는 9만원이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이 예는 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나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설명하는 이른바 행동경제학의 중심 중 하나인 `심적 혹은 심성 회계학(mental accounting)`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각기 다른 제목이 붙은 같은 것을 우리가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일정한 돈이라도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짐에 따라 그 돈을 각기 다른 목적에 할당하고 마치 다른 (마음의)계좌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들 예에서 첫 번째는 마음의 계좌가 하나다. 따라서 잃어버린 1만원은 10% 손해다. 하지만 두 번째는 마음의 계좌가 영화표를 사는 순간 둘로 나뉜다. 즉 현금 9만원과 1만원짜리 영화표다. 그리고 그중 한 계좌인 영화표를 잃어버렸으니 100% 손실이다. 그래서 같은 손해라도 더 속이 쓰린 것이다.

이런 차이는 다음 행동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마음의 계좌가 하나였던 사람은 손실을 바로 잊고 다음 소비나 지출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마음에 계좌가 여러 개였던 사람은 그 계좌 중 하나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생각해서 다음 소비와 지출을 꺼리게 된다.

이를 지혜로운 리더라면 잘 헤아려야 한다. 직전에 조직이 어떤 손해나 손실을 입었다 하더라도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추가적인 지출이나 투자를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지금까지 입은 손해도 결국 조직이 지닌 큰 자산 중 일부에 불과했었음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일들을 여러 개로 쪼개어 일일이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큰 하나의 메시지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 발전 지향적인 관점이 요구되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밀한 성과분석회의는 총괄적인 리더의 몫이 아닐 때가 많다. 그렇지 못하면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조직으로 하여금 더 조심해 하고 무분별한 씀씀이를 자제시키기 위해선 지나온 일들을 최대한 쪼개서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중요한 손해를 인식하지 않은 채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는 자위를 통해 이른바 `조심불감증`에 빠질 것이다. 이때는 단순히 "지난 일은 덮고 앞으로 잘해 보자"는 덕담이 더 나쁜 습관을 들인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현재 입은 같은 손해나 피해라도 앞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따라 각기 다른 관점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