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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칭찬도 지혜롭게…재능 칭찬하면 역효과

NEW [칼럼] 칭찬도 지혜롭게…재능 칭찬하면 역효과

  • 이지윤
  • 2013-12-09
  • 2592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남용하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긍정과 칭찬도 잘못 쓰면 부작용을 낳게 된다. 다시 말해 칭찬은 고래 같은 동물에게는 만병통치약일지 몰라도 인간처럼 복잡한 존재에게 하는 칭찬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검사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수십 개 항목을 보여준 후 학생은 칠판에 자신이 기억한 것을 적어 내려간다. 5~6개 정도 적어 내려갈 때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원이 "오,머리가 좋구나. 꽤 많이 기억하네?"라며 칭찬을 한다. 그리고 갑자기 교수에게 호출을 받아 정답지를 테이블 위에 놓아두고 밖으로 나간다 (물론 이는 연출된 상황이다). 방 안에 혼자 남겨진 학생들 대부분은 그 정답지를 훔쳐보는 부정행위를 한다.

그런데 어떤 학생에게 하는 칭찬이 좀 다르다. "오, ○○이는 열심히 외웠구나. 꽤 많이 기억하네?" 이런 칭찬을 하고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가면 어떨까.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전자는 `머리`를 칭찬한 것이고 후자는 `노력`을 칭찬한 것이다. 이래서 결과나 능력 자체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머리나 능력 자체를 칭찬받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불안감도 함께 느낀다.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거나 실제 자기 재능이 탄로났을 때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은 `거봐, 생각처럼 넌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라고 자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고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다음 `쟤는 천재인데 열심히 안 해서 저런 결과를 받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 열심히 하면 잘할 거야`라는 평가를 받기를 택한다. 결과와 재능에 칭찬하는 것은 결국 과정(노력과 끈기)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을 CEO는 어떻게 칭찬해야 할까. 다수가 모여 위계를 이루고 있는 조직 내에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폴로어들의 숨은 과정상 노력을 일일이 다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대부분 구성원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노력을 섣부르게 칭찬하면 `보지도 않고 칭찬한다`는 느낌을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좋은 예가 하나 있다. 필자가 군에서 장교생활을 할 때 인상 깊은 칭찬을 하는 지휘관을 본 적이 있다. 거친 카리스마도, 일일이 부하들 일을 검사하는 꼼꼼함도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부하들을 가장 잘 통솔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지휘관이 한 부사관을 칭찬하는 것을 들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선명히 남아 있는 그 말은 "자네가 늘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자네 직속상관에게 늘 듣고 있네. 내가 오늘 보니까 그 말이 사실이군. 새로운 작전계획에 자네 노력과 고민이 잘 묻어 있어"였다.

이는 심리학자 눈에도 정말 지혜로운 칭찬이다. 그 부사관의 노력에 대한 칭찬이 그 부사관 직속상관의 평가를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부사관은 앞에 있는 지휘관과 자기 직속상관에게도 자신이 노력한 과정을 인정받은 셈이 된다. 조직의 유기적 긴밀함에도 큰 도움이 된다.이런 지혜로운 칭찬은 인정이다. 인정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이고 칭찬은 단순히 `높이 평가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람 입을 빌려서 하는 이러한 간접 인정은 조직 내 위계도 같이 살리는 그야말로 지혜로운 칭찬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