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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NEW [칼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 이지윤
  • 2013-12-10
  • 25896

‘뇌를 경청하라(김재진 지음)’에는 2009년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경쟁자에게 질투를 느낄 때와 이 경쟁자에게 불행이 생겼을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로 뇌를 촬영하였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과 비교를 하면 부러움과 자괴감이 시기심을 불러와 심적 갈등 상태로 인해 갈등중추인 안쪽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경쟁상대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자 쾌감보상회로의 핵심영역인 측핵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 속담, 이제는 사촌이 땅을 사면 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주변에 특히나 경쟁의식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긍정적인 사람은 자기개발을 바탕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그 경쟁심을 해소하나, 그렇지 못한 못난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향상 등을 통한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경쟁상대에 대한 모함, 깎아 내리기 등으로 해소하곤 한다. 얼마 전 서울의 B대학의 한 과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학생상담, 교육, 연구 등에 매진하여 많은 대학원생을 배출하던 A교수가 있었다.

그 과에서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부 학생들은 매일같이 학교에 열심히 나와 연구 및 교육에 열심인 A교수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고자 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대학원 지원자들이 A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고자 했고, 학과의 나머지 교수들은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로 그것을 막고자 했다.

20여명의 지원자 중 10명 이상이 A교수 연구실로 진학을 했고, 나머지 10명 정도만 학과의 다른 교수 연구실로 진학했다. A교수가 주변의 전두엽이 심하게 활성화된 못난 교수들의 견제를 피하고,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환경이 좋은 C대학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학과의 다른 교수들은 내심 20여명의 대학원 진학자를 예상하고 A교수의 이직을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해 대학원 입시에서 그 학과에는 3~5명의 지원자만 있었고, 그들도 취업이 되지 않아 억지로 진학하는 지원자였다고 한다.

위의 예는 BK21이라는 고급인력양성사업을 통해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타대학 진학이 보편화되었다는 상황을 감안하더라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 수평적인 직장문화가 특징인 교수사회에서 상명하복이 아닌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교수들은 특히나 더 전두엽이 발달된 듯하다. 게다가 본인의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를 갖가지 다른 방법으로 아닌듯 포장한다. 이 또한 논문 작성 및 논문 발표를 통해 수없이 연습했던 결과일 것이다.

비단 교수조직만이 아니다. 주변에 보면 타인의 행복에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남의 불행에 측핵이 활성화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 중 사회적인 지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음지로 들어가 악플러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조직에서 목소리가 큰 위치에 있는 경우, 막무가내의 의견으로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오천여년 동안 주변의 침략과 세파에 영향을 받아 고난이 많았던 한국, 이제 좀 잘 살아보나 하는 시기다. 한국전쟁의 가난을 100% 노력으로 극복했고, 이만큼까지 올라왔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 전두엽과 측핵이 유난히 활성화된 못난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일보 2013.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