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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말 잘듣는 무난한 직원이 파벌 만든다

NEW [칼럼] 말 잘듣는 무난한 직원이 파벌 만든다

  • 이지윤
  • 2013-12-16
  • 25576

시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전체의 이익과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데도 몇몇 사람이 모여 이른바 사조직을 만들고, 사조직의 이해관계에 의해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은 제대로 되지 않고 붕괴되곤 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조직 내 편가르기`라고 부른다. 조정 내 당파싸움, 당내 계파 간 갈등, 회사 내 특정 학교 출신 인맥에 의한 전횡 등이 그런 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함의 발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소집단 이기주의적인 모습들이다.

이런 편가르기 때문에 조직을 위한 소신 있는 행동은 극소화된다. 배신자라 낙인찍히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만연된다. 결국 앉아서 최후를 자초하는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첫째, 조직의 가치관 자체가 좋은 것을 향하기보다는 불행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려는 조직은 새로운 것을 보려고 한다. 다가오는 사람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배타적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된다. 하지만 나쁜 것을 피하려는 조직은 최대한 변화를 줄이게 된다. 다가오는 사람과 기회가 혹시 실패 혹은 더 나아가 음모나 계략이 아닌가를 늘 의심하게 된다. 배타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조직이 좋은 것을 향할 때는 구성원들이 조직 내 팀이나 모임을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미래를 위한 기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배신이라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불행한 것을 피하는 게 절체절명의 목적이 된 조직에서는 사소한 모임에서 이탈하더라도 배신자라고 낙인을 찍는다. 이런 문화가 만연된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상하질서가 뚜렷해 보이지만 사조직 혹은 계파 간 갈등이 더 기승을 부린다. 당연히 소신 있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만다. 수많은 리더들은 `소신 있게 일하는 사람이 없다`며 푸념을 한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소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이 되지 않는 게 아니다. 애초에 그 리더 자체가 소신 있는 사람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난한 사람` 위주의 인사를 한 것이다. 이는 조직 내 편가르기가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다.

물론 무난한 사람도 분명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난한 사람이 아니라면 선발되거나 진급조차 안되는 조직은 가치관과 소신이 아예 없거나 우선시하지 않는 사람만으로 조직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람을 뽑을 때는 `무난함`보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물어야 하고, 그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조직 입문 초기부터 리더와 상층부로부터 가치관에 대한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구성원들은 소신을 버리게 된다. 자기를 지켜줄 사조직으로 들어가 보호받을 궁리만 한다.

리더라면 누구나 조직 내 편가르기를 막고 싶어 한다.하지만 조직 내 편가르기는 무언가의 결과일 뿐이다. 그 원인은 대부분 리더 스스로에게 있다. 긍정적인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자기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무난한 사람으로만 조직을 채웠기 때문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