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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머리뼈;스쿨

NEW [칼럼] 머리뼈;스쿨

  • 정우준
  • 2014-01-27
  • 25047

사람 몸에 골은 두 가지가 있다. 두개골, 쇄골의 골은 뼈고 큰골, 작은골의 골은 뇌다. 해부학 용어에서는 헷갈리는 것을 막고자 골을 쓰지 않고 뼈와 뇌를 쓴다. 즉 두개골, 쇄골 대신 머리뼈, 빗장뼈를 쓰고 큰골, 작은골 대신 대뇌, 소뇌를 쓴다. 해부학 선생이 토박이말을 좋아하지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토박이말인 큰골, 작은골 대신에 한자어인 대뇌, 소뇌를 쓰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 글의 주제는 머리뼈다. 아직도 옛 용어인 두개골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유치원 어린이도 알아듣는 머리뼈를 권한다. 해골바가지라고 쓰는 사람도 있는데, 해골은 어려운 한자어이고 바가지는 속된 말이라 권하지 않는다.

머리뼈는 영어로 스컬(skull)인데, 철자에 따라서 스쿨이라고 읽는 학생이 간혹 있다. 대학교의 단과대학은 영어로 칼리지(college)이지만, 의과대학은 스쿨(school)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오래 배운다고 남다르게(메디컬스쿨) 부르는 것이다. 머리뼈를 스쿨이라고 읽는 학생한테는 스쿨에서 스쿨을 배운다고 놀릴 수 있다.

북유럽(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사람은 머리뼈를 스콜(skoal)이라고 부르는데, 스콜이 영어에서 스컬로 바뀌었다. 북유럽 사람은 축배 들 때 “스콜”이라고 외친다. 그들의 조상인 바이킹이 머리뼈에 술을 부어 축배를 든 것이 전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그들과 축배 들 때, 스콜을 잊어서 스컬이라고 외쳐도 알아듣는다. 스쿨이라고 외쳐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는데, 못 알아들으면 그때 발음을 바로잡아도 괜찮다. 북유럽 문화를 따라 하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고마워한다.

바이킹은 머리뼈에 부은 술을 마시고 즐겼지만, 원효대사는 머리뼈에 담긴 물을 달게 마신 다음 나중에 알고 구역질하였다. 원효대사는 이렇게 생각했다. “머리뼈인 것을 몰랐을 때는 괜찮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원효대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활동했는데, 이것을 네 글자로 줄이면 대사활동이다. 원효대사가 아닌 신진대사라고 이름 지었으면 딱 들어맞을 뻔했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머리뼈 때문에 구역질하는 학생은 없다. 머리뼈는 외울 구조가 많아서 오래 보고 만져야 하며, 따라서 그때 군것질하는 학생이 있을 뿐이다. 의대 학생은 원효대사와 달리 머리뼈를 보고 만지면서도 잘 먹거나 마신다.

키가 똑같은 남녀한테 헐렁한 옷을 입히고 가발을 씌우고 두꺼운 분장을 해서 남녀 차이를 없앴다고 치자. 그래도 남녀를 구별할 수 있는데, 이것은 남녀의 머리뼈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점의 하나로, 남자는 여자에 비해 눈썹 부위의 머리뼈가 더 튀어나왔다. 곁에 있는 사람을 봐도 눈썹 부위로 남녀를 구별할 수 있다. 덕분에 남자는 박치기로 적을 쳐부수기 좋다. 원시인은 그 부위의 머리뼈가 훨씬 튀어나와서 마치 무기처럼 보인다. 한편 원시인은 현대인보다 뇌가 작기 때문에 머리뼈 안도 작다. 원시인과 현대인이 싸우면 둘 다 머리를 쓸 것이다. 원시인이 쓰는 머리는 뼈이고, 현대인이 쓰는 머리는 뇌이다. 말장난을 하면, 둘 다 골을 쓸 것이다.
 
다른 뼈보다 머리뼈는 환경에 따라 쉽게 바뀐다. 그래서 머리뼈가 남녀마다, 진화 단계마다 많이 다른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원시인과 현대인의 머리뼈를 견주길 바란다. 이어서 사람의 머리뼈가 원숭이를 비롯한 짐승의 머리뼈와 어떻게 다른지 눈여겨보길 바란다. 사람은 진화하면서 머리뼈 안과 뇌가 커졌으며, 그 덕분에 지구를 다스리게 된 것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몸집에 비해 머리뼈 안과 뇌가 얼마나 큰지 따져야 한다. 그렇게 따지지 않으면 공룡 또는 고래가 지구를 다스렸을 것이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