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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직원과 공감 원하면 추억을 공유하라

NEW [칼럼] 직원과 공감 원하면 추억을 공유하라

  • 정우준
  • 2014-01-27
  • 24759

얼마 전 필자가 모 방송사 아침 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고부간 어색함과 갈등은 참 어려운 문제인데, 그 이유는 원래부터 가족이 아니었다가 갑자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가족은 크게 예의를 차리지 않고 필요한 말을 허물없이 바로바로 하는데, 이들은 처음부터 가족이 아니었다가 갑자기 가족 일원으로 만나다 보니 그런 솔직한 말들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시도를 해보았자 오히려 부담이고 때로는 충격이다.

오해도 많이 생기고, 관계는 더 멀어지곤 한다. 이런 일은 심리학적으로 정리하자면 `공감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는데 공감이 필요한 관계로 갑자기 사람들이 묶이는 상황`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공감이란 뭔가. 내 감정을 상대방도 느끼고 상대방 감정을 나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공감이 형성되면 이제 그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반자가 되어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는 결속체가 된다. 이런 결속체가 바로 가족이다. 리더들은 이러한 공감에 기초한 결속력을 조직이 가지길 원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가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 그 아침방송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그 방송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상대방 중학교나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같이 보라고 권했다. 현재 두 사람 관계는 명백히 상하관계다. 그래서 상대방이 느끼는 걸 서로 알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위치나 관점이 비슷해지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기가 쉬워지고 오해도 없다. 일종의 동료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졸업앨범을 보면 거기에는 화질도 색깔도 다르지만 똑같은 18세 소녀들이 있다. 두 사람이 같은 나이, 같은 시점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평소에는 결코 나눌 생각을 못했던 대화가 가능해진다. 자신과 상대방이 어떤 가수를 좋아했는지. 그 시절 어떤 짓궂은 장난을 했는지 등 재미있는 대화가 같은 나이의 두 소녀를 보여주는 사진에서부터 끝없이 가능하다.

그 결과는 당연히 공감이다. 상대방이 느끼는 걸 나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내 앞에 있는 이 사람도 같은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는구나`라는 공감이다. 평소에는 불편함과 점잖음으로 인해 각자가 상대방에게 결코 보여주거나 말해주기 어려운 것들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많은 리더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부하들과 제대로 된 대화가 어색하고 어렵다고 말한다.

필자도 초임장교 시절 어렵기만 해 늘 피해 다녔던 지휘관을 모신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보고사항이 있어 그 지휘관실에 들어갔다.

그 지휘관 책상에 예전 소위 계급 시절 사진 몇 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단 몇 분도 엄청나게 길게만 느껴졌던 그 지휘관실에서 무려 1시간 넘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나와서야 알아차렸을 정도로 우리는 많은 대화를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그 지휘관도 놀랐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각자 다른 부대로 옮기기 전까지 훌룡한 상관ㆍ참모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많은 노사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되는 순간과 장소가 막걸리를 한잔하면서 서로 `입사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옛이야기를 나눌 때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끔씩 같은 시간, 상황으로 조직의 사람들을 돌아가게 해보라. 그 놀라운 힘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