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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선행학습의 광풍

NEW [칼럼] 선행학습의 광풍

  • 이솔
  • 2014-04-01
  • 22132
흔히 동문이라고 하면 같은 학교 출신 사람들을 뜻한다. 같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경우, 그 동문의식은 더 강하기 마련이다. 중학교 입시가 있었을 때는 경기중, 경복중, 서울중 등과 같은 명문 중학교가 있어서 이들의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져 왔고, 1969년도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자 이러한 동문 의식은 고등학교에서 강화되었다.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등과 같은 명문고가 그 위세를 떨쳤으며, 지방에는 경북고, 전주고, 부산고 등 출신들이 동문의식으로 뭉쳤다. 1974년도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의해 고교 입시가 없어지면서, 고등학교 출신끼리의 동문의식은 점점 약해지게 되었다. 평준화 정책 이전의 동문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힘들게 넘었던 진입장벽을 그냥 통과한 후배들을 인정하기 쉽지 않아서 일 것이다. 
 
1990년대 4년제 대학 경쟁률은 4:1쯤 되지 않았나 싶다. 대학 진학이 쉽지 않으니 예전부터도 있었던 명문대에 대한 끈끈한 동문의식이 좀더 강화되었다. 2018년부터는 입학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시대가 된다고 하니 같은 대학을 다닌다는 동문의식이 과연 얼마나 유지가 될지 궁금하다.
 
물론 몇몇 입학하기 쉽지 않은 대학의 경우는 명문이라는 것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대학은 그야말로 전공분야를 교육, 연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동문이라는 의식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공분야에 따라 그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동문에 대한 의식이 특별히 강한 몇몇 대학을 빼고는 그다지 사회적인 문제가 될만한 수준은 아니라 판단된다.
 
1990년도까지만 해도 평준화 이전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대학에는 ‘XX고 동문회’ 라는 대자보를 볼 수 있었다. 대학 내에서도 동아리, 학과활동 등과 더불어 사람과 만나는 주된 모임이었다. 2000년대에서는 앞서 언급한 고교 입시의 역사적인 변화 때문인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동질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대학내의 동문회는 거의 없어졌으며, 몇몇 향우회 정도가 존재할 뿐이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평준화 고등교육의 시대라고 해서 1974년도 이전의 수월성 고등교육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특목고라는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특목고는 과학계열인 과학고등학교와 외국어 계열인 외국어고등학교를 지칭할 때 주로 쓰이고, 입시 위주의 기관으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목고 준비를 위해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하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어고등학교와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의대생,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이 아닌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과정이 되다 보니, 이러한 현실이 아마도 입시 위주의 또 하나의 명문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교육열 하나로 1950년대 전후의 가난을 극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습득한 정보를 암기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따라서 적절히 정보를 찾고 이를 창의적으로 분석, 해결하는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특목고를 위한 선행학습이라니! 이는 나라를 위태롭게 할 광풍이다. 창의적인 인재가 아닌 1970년대 형 인재를 위한 만행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와 교육의 평등화를 내세우며, 특목고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럼 특목고는 없어질 것이고, 20년 정도 지나면 특목고를 대체하는 또 다른 형태의 명문고가 생길 것이다. 1970년대까지의 명문고, 2000년대의 특목고,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국민의 교육열을 다른 창의적인 일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 것인가?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신문 20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