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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합종연횡(合從連衡)

NEW [칼럼] 합종연횡(合從連衡)

  • 이솔
  • 2014-05-14
  • 22164
중국역사에 혼돈과 처세술, 제가백가들이 많은 사상과 철학을 논하던 시기 합종연횡(合從連衡)이란 고사가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秦)과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에 펼쳐졌던 일종의 외교 전술이라 할수 있다. 
 
BC 4세기 말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하여 공수동맹을 맺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유세하고 있던 소진(蘇秦)은 우선 연에게, 이어서 다른 5국에게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하여, 6국을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대항하였는데 이것을 합종(合從:從은 縱)이라 한다. 
 
한편 뒤에 위나라 장의(張儀)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6국을 돌며 연합할 것을 설득하여 세력이 강한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하였는데 이것을 연횡(連衡)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은 합종을 타파한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하였다. 즉 합종은 약한 다수가 강한 하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강국을 막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에 연횡은 강국이 약국을 도와 그 나라로 하여금 겸병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수천년이 지난 고사성어이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합종연횡이란 단어가 많이 회자된다. 특히 제약산업에서의 인수합병(M&A)도 알고 보면 합종연횡의 일환이다. 수십년전에 알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많은 벤쳐기업이나 작은 제약회사들을 사들이거나 작은 회사들이 뭉쳐서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발전해 왔음을 잘 알고 있다. 
 
실례로 2005년 10월 일본 제약업계 2위 산쿄(Sankyo)와 6위 다이치(Daiichi)가 합병했는데 합병 이전에도 두 기업 모두 세계 100위안에 드는 대규모 제약회사였다. 그런 Daiichi Sankyo(다이이찌산쿄)가 란박시와 다시 2014년 합병하였다.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엘(Bayer)이 중국 데이홍 인수 통해 중국의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세계 3위와 6위 제약회사인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합병(M&A)은 1000억 규모의 메가딜이다. 이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통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의 생존 전략을 높이는 방안이라 하지만 춘추전국시대 합종연횡을 상기시킨다.
 
자동차시장이 600조이고 반도체가 400조라하지만 1000조의 거대 제약시장에서 1-2%를 점유하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거대 제약공룡을 상대하기엔 너무 힘이 벅차 보인다. 
 
정부와 제약사들 모두 신약개발과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나름 노력해왔지만 미국이나 유럽, 호주 남미등 세계 나라들과의 FTA나 허가 특허연계등 많은 공격적 요소들이 국내 제약업계를 강타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제약사들을 보면 연구나 개발 제품들의 제약사들간 중복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심지어 한 개의 오리지널 약품의 제너릭 의약품이 백여개나 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연구분야도 유사성이 크다. 
 
이런 영세한 국내 제약 환경에서 거대 공룡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공격을 막기도 힘들어 보이며 또한 글로벌 시장을 외치는 국가 정책 기조에 맞추어 세계 시장 진출은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제약회사들도 연구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정부의 제약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한 체질개선과 글로벌 진출에 큰 노력과 열정을 보이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점에서 국내 제약사들간 혹은 국내와 해외 제약사들과의 인수합병보다는 연구 분야나 강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합종연횡을 통하여 더 큰 글로벌 제약시장에 도전해 봄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학장
[약사공론 2014.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