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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확실함은 마법같은 힘을 발휘한다

NEW [칼럼] '확실함은 마법같은 힘을 발휘한다

  • 이솔
  • 2014-06-16
  • 21362
심리학에서 `알레의 역설`이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두 개의 게임이 있는데 게임 A는 10억원을 딸 확률이 100%, 게임 B는 10억원을 딸 확률은 89%이고 50억원을 딸 확률이 10%이며 남은 1%의 확률로 아무것도 따지 못한다. 둘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의 선택은 A에 좀 더 몰린다. 이번에는 게임 C와 D가 있다. C는 10억원을 딸 확률이 11%이고, 나머지 89%의 확률로 아무것도 따지 못한다. 게임 D는 50억원을 딸 확률 10%, 나머지 90% 확률로 아무것도 따지 못한다. C와 D 둘 중 어떤 게임이 더 좋은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D를 선택한다. 
 
여기에 재미있는 불일치가 있다. 게임 A와 B에서 10억원을 딸 확률인 89%를 각각 빼낸 것이 게임 C와 D다. A를 선택한 사람은 C를 선택해야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학적으로는 같은 값을 빼낸 것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졌다. A에서 C로 가면서 `확실함(100%)`이 무너진 것이다. A를 선택한 누구도 C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인간은 이처럼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문제는 확실한 것처럼 포장만 된 경우조차도 그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한 타이어 판매점이 내건 광고가 좋은 예다. 올 초 이 판매점에서는 `타이어가 신발값보다 싸다`는 광고를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3개 사면 1개 무료`로 바꿨다. 판매점 사장에게 매출변화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타이어가 아무리 싸다 해도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이 3개를 사면 1개를 `확실하게` 무료로 준다는 광고에 끌린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인간 판단의 비합리적 측면으로만 보면 안 된다. 그만큼 `확실한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고민의 양을 줄여주기 때문에 선호된다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이는 리더십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폴로어들에게 확실한 측면을 알려주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폴로어들은 심리적인 고민을 덜하게 되고 그만큼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된다. 확실함을 추구하는 판단의 편향오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관한 보다 지혜로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확실함을 보장하는 규칙은 작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면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형태의 메시지가 그 예다. 대부분 ○○는 일에 해당하고 ××는 인센티브나 휴가에 해당한다. 이런 규칙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큰 좌절을 경험한다. 반대로 작은 규칙이라도 확실하게 시행된다는 느낌을 주면 그 효과는 예상외로 크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런 규칙들의 보장 여부에 관심 없는 리더들이 많다. 거창한 보상만이 리더의 덕목이 아니다. 
 
둘째, 리더 스스로가 확실함을 추종하면서 알려진 길로만 일을 추진하려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해?`라고 폴로어들을 다그치면 불확실한 일들에 대한 모험심은 사그라진다. 실수하면 안 되는 일들은 확실하게 해야 하지만 모험이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불확실함에 무언가를 얹어 독려해야 한다.
 
 `그것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성공한다`는 식의 메시지다. 
 
인간은 확실함을 추종하는 존재다. 어찌 보면 오류이고 편향이지만 지혜롭게 다스리기만 하면 작은 투자로 큰 긍정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2014-06-14 매일경제신문]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