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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종강은 없다

NEW [칼럼] 종강은 없다

  • 이솔
  • 2014-06-16
  • 21546
캠퍼스의 기류는 두 가지다. ‘드디어 종강파’와 ‘벌써 종강파’. 교실이 극기훈련장이었다면 ‘드디어 방학(해방)’이 맞다. 매시간 수업이 기다려졌다면? ‘아니 벌써’라는 탄식도 위장은 아닐 것이다.
 
1학기 ‘문화콘텐츠기획입문’ 수강생은 모두 73명이다. 첫 만남에서 돈 얘기부터 꺼냈다. 등록금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지금 이 수업이 금액으로 따지면 얼만지 아느냐? 진정 수업료가 아깝다면 교정에서만 떠들지 말고 교실에서도 소리를 높여라. 본전을 뽑으려면 교수와 일전을 치를 준비를 해라. 교수의 지식과 경험을 훔쳐라. 뺏기지 말고 누려라. 시간이 다하면 생명도 다한다. 이 수업은 너를 위한 것이고 너의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흥분했던 교수에게 지금도 그런지 묻는다면? 소감을 선언으로 대체한다. “종강은 없다.” 해방을 기다리던 자들에겐 날벼락같은 소리일 게다. 안심해라. 의무감으로 보낸 사람들에겐 지금이 끝이다. 그러나 세상엔 특별한 ‘마지막’도 있다. (3행시를 들려준다. ‘마’음먹기 달렸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막’을 올려라.) 이제부턴 자발적 수업이다. 교실에서 안 한다. 방송으로 말하면 탈(脫)스튜디오다. 정해진 시간도 없다. 모바일 커뮤니티에서 합의한 그 시간 그곳에서 열린 수업을 한다. 주제도, 인원도 제한 없다. 수업료도 없다.
 
학기 중에 상반기 드라마, 예능, 광고 중 최고를 선정해 보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다. 많이 보고 안목을 기르라는 의도다. 몰표가 나왔다. 영광(?)의 수상작은 각각 ‘별에서 온 그대’ ‘마녀사냥’, 그리고 김보성을 모델로 쓴 ‘의리’ 광고다.
 
‘별에서 온 그대’는 먼 나라 이야기다. 삼각형으로 그리면 꼭대기가 어울린다. 바라는 보지만 길이 가파르다. 나머지는 좌우 바닥에 배치해도 무난하다. 왼쪽(마녀사냥)은 본성에, 오른쪽(김보성의 의리)은 도리에 가깝다. ‘마녀사냥’은 끼리끼리 낄낄거리는 시간이다. 19금이지만 그것조차 미끼다. 식혜 광고는 ‘우리 몸에 대한 의리’를 내세운다. 건달 세계의 구호처럼 오해받았던 의리가 명랑하게 부활했다.
 
별(이상)은 오늘도 아스라이 멀다. 마녀(본능)는 지금도 나를 흔든다. 혼란스럽다. 젊음의 시간들이란 이런 것 아닐까. 결국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의리는 약속이다. 젊음을 동경, 아니 동행하는 교수에겐 교육AS(애프터서비스)도 의리다. 정리하고 마무리하자. “종강은 없다. 의리는 있다.”
 
[2014-06-16 중앙일보]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주철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