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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도 후보다' 눈속임에 속지말자

NEW [칼럼] '나도 후보다' 눈속임에 속지말자

  • 정우준
  • 2014-10-24
  • 19138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이 비교에 `제대로` 집중하고 있을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두 안을 놓고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중요하지 않은 제3의 대안이다. 이 3의 대안 때문에 두 대안 간 비교가 갑자기 쉬워지고 결국 선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설명하기 쉽도록 일상생활의 예를 통해서 살펴보자. 브랜드 A는 품질이 B보다 좋은 반면, B는 A보다 가격이 싸다. 그런데 이럴 경우 고려하지 말아야 할 바보 같은 제3의 브랜드(C)가 눈에 들어온다. C는 B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품질도 나쁘다. 따라서 B는 가격과 품질 두 종목에서 모두 2승을 C로부터 따낸다. 하지만 A는 C에 비해서 품질은 월등하게 좋지만, 어쨌든 가격은 비싸다. 따라서 1승 1패를 기록한다. 그런데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브랜드 A와 B는 품질과 가격 두 종목에서 나란히 1승과 1패를 나눠 갖는다. 그런데 난데없이 끼어든 C 때문에 종합전적은 B가 3승 1패, A는 2승 2패가 된다. 실제로 B가 더 좋아 보이고 선택을 받는다. C를 구입한다는 것은 바보짓임이 분명한데 C가 개입함으로써 B가 가장 나아 보이는 것이다. 우스운 일이다. 가장 열등한 C는 A와 B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옳다. A와 B 사이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A와 B 차이에만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기업들은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부러 모자란 C를 만들어 출시하고, 이 제품은 시장에서 참패하지만 같은 회사의 더 중요한 B를 경쟁회사의 A보다 나아보이게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그 기업들이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심리학자들의 눈에는 강한 심증이 가는 경우들이 꽤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전략의 사용은 심리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것이 마케팅 전략으로만 사용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안을 평가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상황에 있는 리더에게 이 현상은 함정일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집중해야 하는 A와 B를 놓고 고민하다가 잠시 쉬고 난 뒤 무심코 보게 된 (B보다 모든 면에서 한 수 아래인) C 때문에 B를 덥석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계획이든 이렇게 선택한다는 것은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함정을 빠져나갈까. 첫째, 고민하던 선택이 갑자기 근거 없이 쉬워질 때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자. 무엇을 새로 더 보고 들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C의 존재를 말이다.

둘째, 실제로 C가 있다면 분리해 내야 한다. 어떻게 분리해 낼까. 이미 마음속에 들어왔으니 사실 기억에서 깨끗하게 지워낼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C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제4의 대안을 통해서 중화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A를 더 부각시키는 또 다른 열등한 대안인 D를 가상하거나 기다리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그 C를 아직 보지 않은 구성원을 납득시켜 보는 것이다. 그 C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 사람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나는 C의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 번쯤 돌아보기 바란다. 꽤 많은 선택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근거도 없이 갑자기 쉽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 교수
[매일경제 2014.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