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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램프혁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NEW [칼럼] 램프혁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이솔
  • 2014-12-10
  • 19317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해 3파장(빨강, 녹색, 그리고 파랑)의 LED로 백색광을 낼 수 있도록 공헌한, 그래서 인류의 '램프혁명'을 이끌었다고 얘기되는 3명의 일본계 과학자(아카사키, 아마노, 그리고 나카무라 박사)에게 주어졌다. LED는 백열등, 형광등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매우 길기 때문에 전력난이 심각해져 가고 있는 현대에 우리의 밤을 변함없이 밝혀줄 '램프혁명'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가정에서 LED 전구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공공시설의 LED 조명사용을 대폭 지원하며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LED 백색광이 에너지 절약의 차원에서는 혁명적임에 틀림없으나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이래로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산업화와 더불어 인류는 이미 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교대근무나 야근을 비롯하여 늦은 밤 시간까지 이어지는 사회 활동, 24시간 문을 여는 상업시설, 가정에서의 전자기기 사용 등 24시간 끊임없이 돌아가는 사회를 지향하는 경제적 가치들과 더불어 인류의 생체시계는 교란되어 왔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역학 연구에서 생체시계의 교란과 암, 대사질환,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우울증 등의 발병 사이에 영향이 있음이 밝혀졌으며,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앞서 언급한 질병의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 더욱이 동물 모델에서 생체시계의 교란을 인위적으로 유발하였을 때 앞서 언급한 질병 등이 발현된다고 하는 연구 결과 들은 더 이상 생체시계의 교란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필연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생체시계를 통해 환경에서 하루 단위로 일어나는 율동적인 변화(낮/밤, 온도 등)에 맞추어 적절한 생리작용 및 행동을 나타낼 수가 있다. 활동/수면 주기, 호르몬의 분비, 대사 관련 효소들의 합성 및 분비, 신경전달 물질의 합성 및 분비 등 많은 요소들이 24시간의 주기를 가지는 생체리듬을 나타낸다. 24시간의 주기로 율동적인 변화를 보이는 요소들(대사산물, 활동/수면 행동 등)은 생체시계를 동기화 하는 내재적 자극으로 다시 작용하여 생체시계 시스템을 공고히 한다. 생체시계가 교란되었을 때 우리 몸의 생리작용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시간대가 다른 곳을 여행할 때 '시차'를 느끼는 것에서 경험할 수가 있다. 밤 시간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고, 식사 후 소화가 잘되지 않는 등, 불편한 상태를 며칠 겪고 나면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다행스럽게도 바뀐 외부의 시간 자극에 맞추어 진다. 그러나 이런 교란이 지속적으로 이어 지거나, 빈번히 발생한다면 궁극적으로 건강의 이상이 유발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환경과 동기화 되는 과정은 눈을 통해 빛을 감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은 망막에서 사물을 구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막대(Rod)세포와 원뿔(Cone) 세포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망막신경절세포(Retinal Ganglion Cell)에서 멜라놉신(melanopsin)의 작용으로 일어난다. 멜라놉신은 빛의 모든 파장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 하지 않고 파랑색 파장의 빛(~484nm)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현재의 백색 LED광은 파랑색 파장 빛의 함량이 매우 높아 우리의 밤을 백색 LED광으로 채워간다면 생체시계의 교란은 더욱 심해지거나 가속화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LED 백색광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고민과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램프혁명 이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기술 혁명을 목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만 가치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생명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된 기술이 미치게 되는 환경과 생명에 대한 영향도 함께 고민하여, 궁극적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가 기술의 혁명을 올바르게 향유하며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건강한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은영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MRC 만성염증질환 연구센터)
[2014.12.10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