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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때론 '김칫국 마시기'를 권하라

NEW [칼럼] 때론 '김칫국 마시기'를 권하라

  • 이솔
  • 2014-12-19
  • 21300
“이봐, 해 보기나 했어?” 정주영 회장이 늘 하던 말로 유명하다. 왜 해 보지도 않고 문제나 장애물부터 생각하는가 하는 질타이며 동시에 독려다. 말은 쉽지만 사실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다. 그리고 리더가 아무리 힘을 주어 말한다 한들 폴로어들로 하여금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을 가능하게 했던 그의 또 다른 말을 같이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외에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단 1%도 갖지 않는다.” 
 
그렇다. 답은 불안의 제거에 있다. 불안은 목표나 비전이 이루어짐으로써 누리게 될 행복과 기쁨을 생각하기보다는 그 일을 함에 있어서 장애물이 무엇인가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한다. 영국 엑서터(Exeter) 대학의 그레그 우드(Greg Wood) 교수와 마크 윌슨(Mark Wilson) 교수 연구팀은 불안이 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 하나를 승부차기 연구에서 찾아냈다. 
 
두 교수는 자신들이 재직 중인 엑서터 대학 축구 선수 14명을 대상으로 승부차기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은 선수들일수록 공을 차기 한참 전부터, 다시 말해 더 오랫동안 골대 중앙에 서 있는 골키퍼를 응시한다는 것이 관찰됐다. 그리고 이런 경향성은 결국 공을 골대 중앙으로 차거나 엉뚱한 곳으로 차게 만들어 승부차기에서 나쁜 결과를 낼 확률을 높인다. 수많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 역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불안한 선수들일수록 자신이 공을 보내고 싶은 곳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골키퍼로부터 시선을 떼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가 공을 보낼 곳은 일로 치자면 ‘목표’고 골키퍼는 그 목표를 성공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다. 즉 불안한 사람은 목표를 보기보다는 장애물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에서 안 되는 이유부터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그들의 불안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수많은 조사 결과들을 보면 축구의 승부차기에서 성공률은 70% 정도다. 그런데 이 골을 내가 넣음으로 이기는 상황에서는 거의 90%에 육박한다. 그러나 내가 못 넣음으로 인해 지는 상황에서는 40% 정도로 추락한다. 90%대40% 이 극명한 차이는 무엇이 가르는가? 우리말에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전에 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이미 가진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말이다. 하지만 김칫국을 어느 정도는 마셔 주어야 한다. 졌을 때나 실패했을 때 겪어야 할 고통이나 치러야 할 대가를 환기시키는 리더는 많다. 하지만 그 일이 잘되었을 때 어떤 즐거움과 행복이 있는가를 같은 정도로 피부에 닿을 만큼 이야기해 주는 리더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목표의 성취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이 둘 모두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성공 후에 가능한 즐거움과 실패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을 그림으로써 각각 가능하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적절한 시점에 이 둘 중 하나를 생생하게 폴로어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굳이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불안을 없애 주었는데도 여전히 폴로어들이 안 된다고 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모한 리더의 판단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칫국을 한껏 마시게 해 주었는데도 여전히 안 된다고 하면 이젠 리더라 하더라도 의견을 굽힐 필요가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4.12.19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