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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지방 都計委 개혁이 먼저다

NEW [칼럼] 지방 都計委 개혁이 먼저다

  • 이솔
  • 2015-01-05
  • 21349
정부는 규제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도시 및 건축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국민체감형 규제개혁을 위해 ‘규제총점관리제’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에서도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양한 제안과 건의가 빗발치고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민의 편익을 위해 규제 개혁을 서두를 때다.
 
국토부도 도시계획 분야의 규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규제개혁이 필요한 대표적인 곳이 지방도시계획위원회다. 지방도시계획위원회는 1971년 도시계획법 전면 개정과 함께 도입됐다. 도시계획에 대한 지방의 역량을 높이고 지자체가 계획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자문에 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제도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운용의 미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규제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민원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법적 근거도 없는 요구가 최근 인구에 회자됐다. 사업지 주변의 주민동의서를 요구한다거나,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기반시설을 요구하는 경우는 약과다. 위원회 위원 한 명이 해외 출장을 다녀와서 2차회의 때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고, 냄새가 난다는 인근 주민의 민원 때문에 닭 사육장을 하나 짓는 데 다섯 번이나 심의를 거친 사례도 나타났다. ‘시간이 곧 돈’인 시대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유령처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국토부의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 가이드라인에서는 규제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일단 그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망라해 개선하려고 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심의 시한을 설정하거나 반복 심의를 제한하고 있다. 또 위원회의 역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심의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주요 개선 포인트는 적절하게 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부처에서 운영 가이드라인을 아무리 잘 갖춘다고 한들 지방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국토부는 지속적으로 지자체를 교육하고 독려하면서 민원인의 눈높이에서 운영 실태를 모니터링해야 성과를 거둘 것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연구기관이나 학·협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운영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유연화’로 표현될 수 있다. 인구정체 현상과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역, 터미널, 유통단지, 공공도서관 등 지역의 주요 도시기반시설은 더 이상 과거의 공급과 운영 형태로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 이른바 ‘셀프-트랜스포밍’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대로 도시기반시설에 어린이집, 공연장, 소형판매점 등 다양한 편익시설을 허용, 경제·사회·문화의 집적지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과거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획일적인 용도로 지정돼 제약이 많은 공장 등을 보유한 업계의 애로사항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동안 지구단위구역과 붙어 있는 구역을 하나로 묶어 건물을 짓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연접개발을 허용한 건 제도 유연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나 지방은 도시계획을 지나치게 경직적인 잣대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민간의 창의적인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새로운 사업 추진에 숨통을 터 주는 제도 운용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
[2015.1.3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