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의 지혜

NEW [칼럼]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의 지혜

  • 이솔
  • 2015-01-06
  • 21801
유기농 자연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식품가게를 연 홀푸드마켓(Wholefoodmarket)은 가게문을 연 지 1년도 안된 1981년 비운을 맞게 된다. 70년만의 대홍수가 그 지역을 휩쓸어버렸던 것이다. 홀푸드마켓 매장도 2m넘게 물에 잠겼고, 매장안에 있던 제품은 물론이고 시설까지도 모두 못 쓰게 됐다.
 
실의에 빠진 직원들이 매장을 수습하고 있을 때였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고객과 이웃사람 수십명이 매장에 나타나 작업복 차림에 양동이와 걸레를 들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힘내세요. 매장을 치우고 다시 영업준비를 하셔야죠. 우리는 이 매장이 없어지도록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기운내서 청소합시다." 이 이야기는 홀푸드마켓의 공동창업자인 존 매키와 라젠드라 시소디어가 지은 '돈, 착하게 벌 수 없는가'에 소개된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살펴보자. 미국 시애틀에 셀렌건설(Sellen Construction)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지속가능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는데, 2011년 시애틀에 있는 어린이 병원에서 건물증축 공사를 맡게 됐다. 아무리 좋은 건축물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건물공사 현장은 볼품사납기 마련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이다. 셀렌건설은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아파 입원해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기 위해 고민했다.
 
유명한 아동도서 '월리를 찾아라'의 주인공 월리의 옷을 입힌 마네킹을 공사장에 등장시켰다. 월리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 입원해 있는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월리를 찾았다.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회사에서는 매일 월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고, 심지어는 아이들과 병원 직원들로 하여금 월리를 찾는 게임을 하게 하고 상을 주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철골 건축물에 걸쳐있는 가로 철제빔에 입원 어린이환자들의 이름과 인사문구를 새겨 넣기도 했다. 아이들은 공사장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과 거기서 자기에게 인사를 건네는 공사장 아저씨들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흉물스러운 공사장은 따뜻한 생활공간으로 변모됐던 것이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가 자신의 저서 '굿 워크 전략'에서 소개한 베스트 프랙티스)
 
우리 주변에도 이런 미담이 많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한나절을 할애해 행사를 하는 '삼성드림락서(樂書)'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의정부·수원·안동·광주·용인·아산·안산 등 7개 지역에서 개최했는데 개최시마다 2천명 이상, 때로는 3천명이 참가해 자신을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기업은 이윤추구에서 공유가치추구로 가고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을 추구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요즘은 다양한 사회봉사나 지역상생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소비자를 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는가?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미소를 제공하고 있는가?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청소년을 위한 행사를 하는가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교수들과 임원들이 정례적으로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주민들이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지 고민하고 있다. 돈만 후원하는 걸로 그치거나 홍보성으로 치르는 일이 아니라 회사의 직원과 가족이 몸으로 정성을 다해서 그리고 일관성있게 진행하는 그런 지역상생활동이 많아지고, 기업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2015.1.6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