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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다다익선 vs 과유불급

NEW [칼럼] 다다익선 vs 과유불급

  • 이솔
  • 2015-01-09
  • 21976
선조들 지혜가 담겨 있다는 사자성어나 속담도 가끔은 서로 상충될 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다다익선과 과유불급이다. 속담으로 치자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의 차이일 것이다.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도대체 둘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 
 
여기에 대한 의견차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드러난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유명 경영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다다익선에 더 가깝다. 그는 저서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에서 이른바 ‘평범한 다수가 똑똑한 소수보다 낫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항상 옳은 생각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똑똑한 소수가 평범한 다수보다 훨씬 더 지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 그리고 왜 ‘평범한 다수’와 ‘똑똑한 소수’는 자신들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까? 리더라면 당연히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른바 다다익선 대 과유불급의 차이다. 
 
서로위키는 평범한 다수의 힘을 역설하기 위한 예로, 구슬 850개가 담긴 투명한 유리병을 보고 몇 개인지를 맞히게 한 실험을 즐겨 언급한다. 모든 응답자들 추정을 평균하면 871개로 실제에 매우 가깝지만 개별 응답자들 추정치 중 이보다 더 정답에 가까운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리오 피픽과 게르트 기거렌처 같은 연구자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여러 사람이 상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뽑아야 하는 후보를 오히려 더 놓치기 쉽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나 평범한 다수가 협업을 하면 더더욱 그 위험성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20명 중 10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실력 있는 면접관 A가 선택한 사람 10명 중 8명이 실제로도 뽑혀야 할 우수한 사람이라고 치자. 그런데 굳이 또 다른 면접관 B가 심사에 합류했다. 이 B가 선택한 사람 10명 중에서는 6명이 실제로도 우수하기에 뽑혀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A와 B 모두가 선택한(즉 2표를 획득한) 사람이 4명뿐이라면? 이제 1표씩만 받은 A가 뽑은 6명과 B가 뽑은 6명(총 12명)은 결국 평균화하고 절충된다. 그 과정에서 A가 실수로 뽑은 2명(10-8)과 B가 실수로 뽑은 4명(10-6) 역시 타협되어 결국 그중 3명이 선택된다. 똑똑한 A 혼자 선택했을 때(8명을 제대로 뽑음)보다 B가 추가되어 절충과 타협이 이루어지고 난 뒤 더 나쁜 결과(7명만 제대로 뽑음)가 일어나는 것이다. 
 
서로위키의 다다익선, 피픽과 기거렌처의 과유불급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가? 커다란 실수나 흠이 있기에 뽑혀서는 안 되는 안(案)이나 사람은 최대한 다수가 생각을 모아야 한다. 그 평균화된 생각에서 크게 이탈하는 부적절한 대상을 배제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대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최고 실력을 가진 소수(혹은 혼자)가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대상은 이제 더 이상 다른 불필요하거나 열등한 대안들과 절충되고 타협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명제를 순서대로 겸비하면 최고의 선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순서를 바꿔 문제가 되는 것이 우리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닐까 싶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1.9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