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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득했다고 믿는 리더 vs 소통도 못했다는 부하

NEW [칼럼] 설득했다고 믿는 리더 vs 소통도 못했다는 부하

  • 이솔
  • 2015-01-30
  • 21485
수많은 리더들이 폴로어들을 설득해 일심동체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부분 리더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그런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웬걸? 폴로어들은 자신들의 리더들이 설득은커녕 소통도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왜 이런 극단적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리더는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맞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과정을 밟은 것에 불과한 것 아닐까? 스페인 마드리드 아우토노마대학의 재치 넘치는 심리학자인 파블로 브리뇰(PABLO BRINOL) 교수는 바로 그 점을 냉정하게 꼬집는 실험 연구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연구 예 하나를 들어보자.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두 그룹 모두 당연히 ‘등록금 인하’에 강하게 찬성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등록금 인하’는 그들이 찬성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A그룹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타인을 설득’한다고 상상하면서 이유를 열거하도록 했다. 반면 B그룹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내려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킨다고 상상하면서 적도록 했다. 이후 두 그룹 모두에게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서 하나를 보여줬다. 결과는 A그룹이 훨씬 더 긍정적이고 강한 동의를 보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다음 실험이다. 이번에는 ‘등록금 인상’을 주장하는 안을 설득해야 한다. 당연히 그들의 원래 주장에 반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정반대 결과가 일어났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킨다고 상상하면서 주장을 만들어낸 학생들이 타인에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서 같은 일을 한 학생들보다 ‘등록금 인상 제안서’에 더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자 이제 이 결과가 왜 중요한지 한번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본질은 그 후속 연구에 있다. 이번에는 타인을 좀 더 세분화해봤다. 
 
여기에는 어떤 주장에 대해 나와 원래부터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동일 주장 집단)도 있지만 이 주장과는 무관한 다른 측면(정치적 입장 혹은 장애인 정책 등)에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유사 성향 집단)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동일 주장 집단을 설득하는 일을 했을 때보다 유사 성향 집단을 설득하는 일을 하고 난 뒤 자기 확신이 훨씬 더 크게 증가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더들이 바보는 아니다. 
 
그러니 자신과 주장이 똑같은 사람들을 다시금 설득하는 불필요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은연중에 자신과 비슷하지만 그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은 성향의 사람들을 설득해놓고 스스로 자신의 주장이나 계획에 대한 확신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돌아보면 이런 리더들은 정말 많다. 당연히 평소에 부담 없이 어울리기에는 ‘다소 불편’한 사람들이다. 리더라면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람들을 설득의 과정에서 배제해 나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결과는 대부분 ‘과대한 자기 확신’으로 이어질 뿐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1.30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