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난 송씨 삼둥이 인사 잘하는 이유 안다

NEW [칼럼] 난 송씨 삼둥이 인사 잘하는 이유 안다

  • 이솔
  • 2015-02-02
  • 21523
거실에서 TV 소리가 나야 집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언제부턴지 일요일 저녁이면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며 소동을 피운다. 배우 송일국씨의 세 아들 대한, 민국, 만세다.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을 유쾌하게 휘젓는 중이다.
 
송일국씨 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장면이다. 싱가포르에 사는 후배 가족이 잠시 서울에 와서 식당에 갔는데 저쪽에 한류스타가 앉아 있었다. 당시 ‘해신’ ‘주몽’으로 날리던 송일국씨였다. 선배를 PD 출신이라고 소개한 터라 아이들은 ‘사진까진 못 찍더라도 사인 정도는 받아줄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곤란한 지경에 맞닥뜨린 나는 사뿐히 말을 돌렸다. “식당에선 알아도 모른 척해주는 게 예절이란다.”
 
계산을 하려는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대스타가 걸어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안부까지 묻는 것이다. 얼떨결에 반가움을 표했고 나는 드디어 출신성분(?)을 ‘인증’받을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 갔다. ‘어떻게 알아보고 인사를 했지?’ 의문이 곧 풀렸다. ‘일밤’을 연출할 때 그가 아마추어로 출연한 적이 있었던 거다. 
 
당시 ‘스타패밀리’라는 코너가 있었다. 말하자면 ‘우정의 무대’ 속의 ‘그리운 어머니’ 스핀오프(파생작품)였다. 다수의 들러리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를 외치면 출연한 패널들이 진짜 아들을 가려내 맞히는 구성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인 탤런트 김을동씨의 아들 자격으로 그는 ‘유사아들’들 틈에 끼어 어설프게 데뷔(?) 신고식을 한 셈이다. 
 
인연은 그게 전부였다. 후에 그는 정식 연기자가 됐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나랑은 더 만날 계기가 없었다. 내가 학교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20년 후 비상하게 나를 기억해 냈고 결과적으로 ‘위기’의 순간에서 나를 구해낸 거였다. 동심에 실망감을 안 남긴 게(실은 내가 체면 안 구긴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간사한 게 인간이라고 그날 이후 나는 송일국씨의 홍보맨이 되었다. 기회만 생기면 그를 칭찬한다. 인사 한마디의 효능은 대단하다. 인생이 짧다는데 솔직히 인기는 그보다 훨씬 짧다.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희한한 법이 시행된다는데 인성이란 결국 인간성이고 인사성 아닐까. 화면 속에서 삼둥이가 인사 잘하는 걸 보며 ‘저건 꾸민 게 아닐 거야’라는 믿음이 새록새록 커간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5.2.2 중앙일보]